제가 밭 뒤집는 걸 안 좋아하지만
뒤집어질 수밖에 없는 농사가 있습니다.
감자, 고구마같이 뿌리를 먹는 작물은
수확할 때 땅을 파헤치게 되니
다른 작물을 심으려면 흙을 정리해 줘야 합니다.
저는 괭이로 흙 정리할 능력이 없으므로
동반자가 관리기로 해줘야 합니다.
그래서 밭 가운데 부분은
관리기 사용할 작물을 주로 심고
가장자리 쪽은 모양 잡아 건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모양 잡는 작업도 동반자가 해주면 좋겠지만
감사하게도 요즘은 돈 사는 일이 바빠 밭일할 시간이 없어서
제가 괭이질을 하고 있습니다.
땅을 파다 보면 거기 있는 풀이 뽑힐 수밖에 없는데
그걸 모아 때꺼리로 삼습니다.
따로 나물 뜯을 시간도 없는데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지요.
뽀리뱅이, 지칭개, 큰방가지똥 올려 가마솥밥 짓고
국물 많이 잡아 담은 백김치 먹었던 밥상 사진이네요.
비빔장은 고추장에 표고버섯 기둥과 잣 넣고
솔순청 듬뿍 넣어 만들었어요.
이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수고한 농부들과 저 자신에게 감사하고
재료가 되어준 풀들에게 감사하고
농사 과정에서 피해 입은 생명이 있다면 미안하고...
그래서 이 음식을 먹고 이어진 삶 동안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힘쓰고
베풀며 살겠다는 마음을 담아
제가 차린 밥상 앞에서도 "잘 먹겠습니다." 하고 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