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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일하면 때꺼리 나오는 시절

by 무니

제가 밭 뒤집는 걸 안 좋아하지만

뒤집어질 수밖에 없는 농사가 있습니다.

감자, 고구마같이 뿌리를 먹는 작물은

수확할 때 땅을 파헤치게 되니

다른 작물을 심으려면 흙을 정리해 줘야 합니다.


저는 괭이로 흙 정리할 능력이 없으므로

동반자가 관리기로 해줘야 합니다.



20240306-1.jpg


그래서 밭 가운데 부분은

관리기 사용할 작물을 주로 심고

가장자리 쪽은 모양 잡아 건드리지 않을 생각입니다.


모양 잡는 작업도 동반자가 해주면 좋겠지만

감사하게도 요즘은 돈 사는 일이 바빠 밭일할 시간이 없어서

제가 괭이질을 하고 있습니다.


땅을 파다 보면 거기 있는 풀이 뽑힐 수밖에 없는데

그걸 모아 때꺼리로 삼습니다.

따로 나물 뜯을 시간도 없는데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지요.



20240306-2.jpg


뽀리뱅이, 지칭개, 큰방가지똥 올려 가마솥밥 짓고

국물 많이 잡아 담은 백김치 먹었던 밥상 사진이네요.

비빔장은 고추장에 표고버섯 기둥과 잣 넣고

솔순청 듬뿍 넣어 만들었어요.


이 음식이 내 입에 들어오기까지

수고한 농부들과 저 자신에게 감사하고

재료가 되어준 풀들에게 감사하고

농사 과정에서 피해 입은 생명이 있다면 미안하고...


그래서 이 음식을 먹고 이어진 삶 동안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힘쓰고

베풀며 살겠다는 마음을 담아

제가 차린 밥상 앞에서도 "잘 먹겠습니다." 하고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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