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당골엔 마늘종이 제철입니다.
저희 집에도 마늘을 좀 심었는데
제 농사가 미덥지 못한 마을 어르신은
올해도 어김없이 한 보따리를 주셨어요.
마늘종은 마늘의 꽃대가 자란 줄기인데
예전에는 이걸 뽑아줘야 마늘이 굵어진다고 해서
이 시기 마늘종 뽑는 게 큰일이었는데
요즘은 마늘종과 마늘 크기는 상관없다는 얘기도 있어서
뽑을 손이 모자라는 농가에서는 그냥 두기도 합니다.
지역에 따라서 마늘종을
마늘종대, 마늘 싹, 마늘쫑, 마늘 속대라고 부르기도 해요.
저희 집 마늘종에 비하면 4배는 굵음직한 마늘종으로
경상남도식 마늘종 볶음을 해 먹었습니다.
볶는 요리인데 예전 경남에서는 '마늘종대 무침'이라고 했다네요.
씻어서 4~5㎝ 길이로 자른 마늘종에
우리밀 밀가루를 적당량 넣고 그릇을 흔들어 살살 묻혀줍니다.
이걸 팬에 넣고 볶는데
저는 들기름이라 중불에 볶아서인지
젓다 보면 밀가루가 다 벗겨져요.;;
다음에는 일반 기름에 센 불로 후다닥 볶아봐야겠다...
고 생각은 하지만 마늘종 철은 금방 지나니까
내년에나 이 음식을 또 해먹게 되겠어요.
볶아진 마늘종에
골고루 묻을 만큼의 간장, 약간의 고춧가루를 넣고 무칩니다.
다진 마늘, 통깨, 참기름을 넣는다고 요리법엔 나오지만
저는 양념도 최소화하고 있어서 안 넣었어요.
밀가루가 안 벗겨지게 볶아졌다면 양념이 고루 묻었을 텐데
간장만 살짝 묻은 마늘종과
밀가루 양념 범벅을 따로 먹어야 하지만
둘 다 나름대로 맛있습니다. ㅎㅎ
이날의 밥상은
친구가 준 햇양파를 막장 찍어 먹으려고 내고,
이웃이 준 김치와 도토리묵 나물, 마늘종대 무침까지
네 가지 반찬이네요.
김치 공부를 할 때는
냉장고에 항상 서너 가지의 김치가 있었는데
올해는 냉장고가 텅텅 비어서
올해 할 일 중 하나가 한 끼에 두 가지 반찬 만들기입니다.
손 느리고 음식 잘 못하는 저에게는 아주 큰 도전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