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심은 호박은 이제야 열매를 달기 시작하고
여름내 내신랑 천일동안 님이 집에 없어
읍내에 장 보러도 못 갔으니
애호박을 이제야 먹습니다.
저는 새우젓으로만 간해도 잘 먹지만
내신랑을 위해서 무려 소고기 넣어 볶았어요.^^
다른 음식에 넣고 반 남은 둥근 애호박을 4등분으로 잘라
숟가락으로 씨 부분을 파냅니다.
3~5mm 정도의 두께로 채 써는데
그 모양이 눈썹 같다고 해서 눈썹나물이라 불렀답니다.
채 썬 애호박에 자염 한 찻숟가락 넣고
물 조금 뿌려 10분 정도 절입니다.
애호박이 절여지는 사이
소고기도 채 썰어
한식 진간장, 생강 효소, 참기름, 후추
조금씩 넣어 버무려둡니다.
소고기는 전 부치는 용으로 납작하게 썬
홍두깨살이나 우둔살을 결대로 채 썰면 좋은데
저는 집에 불고깃감이 있길래 그걸 적당한 길이로 잘랐습니다.
소금에 절인 애호박을 면포에 싸서
너무 힘주어 쥐어짜지는 말고
꾹꾹 누르면서 물기를 뺍니다.
팬에 올리브오일 넣고
고기를 볶다가 애호박 넣고 같이 볶고
다진 마늘 조금 넣고,
자염이나 다진 새우젓으로 간하고
참기름 조금만 넣고
뚜껑 덮어 뜸을 들인 후 접시에 내면 됩니다.
저는 깔끔하게 하려고 따로 볶았는데
내신랑이 늦게 와서 한 번 더 데우는 바람에
애호박이 지저분해졌어요.;;
확실히 불고깃감보다는 채 썬 홍두깨로 볶는 게 이쁘고
붉은 고추나 실고추 있으면 조금 넣어주시면 색이 더 이뻐요.
김장김치, 봄에 담은 쪽파김치, 눈썹나물과
내신랑이 좋아하는 시판 조미김 한 상이에요.
소식(小食)과 소박한 밥상을 추구하고
제가 한 끼에 반찬 두 가지 이상 만들 실력도 안 되고... ㅎㅎ
반찬 가짓수가 적다 보니
남아서 다시 냉장고로 들어가는 건 김치 종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단순한 게 좋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