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장흥군에는 예로부터
1기산 2행원 3방촌이라는 말이 있었답니다.
장흥군에서 가장 살기 좋은 마을 순위이지요.
저희가 장흥에 내려와서
이곳저곳 살 곳을 알아보러 다닐 때
너무 좋은 마을이 있길래 멋모르고 들어가 봤더니
그곳은 무슨 귀농인 마을을 세운다며 군에서 매입 중이라
임대도 매물도 없다는 말씀을 들었는데
알고 보니
그 마을이 바로 '1기산'의 안양면 기산 마을이었고
그 귀농인 마을이 '로하스타운'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도 참 안타까웠습니다.
가장 살기 좋은 터를 밀고
굳이 아름다운 산을 깎아 뭔 타운을 짓는다는 것이.
안양면 기산리, 비동리 뒤쪽에
누워서 고개만 들고 있는 사자 모양이라 해서
사자산이라 부르는 멋진 산입니다.
저 산 중턱에 다듬어진 땅과 큰 건물은
지금 장흥국제통합의학박람회가 열리고 있는 곳이고
그 아래쪽이 로하스타운입니다.
로하스타운에 통합의료센터가 들어선다는 건 알았지만
천관산 아래에서 하던 국제통합의학박람회를 개최하느라
산을 저렇게 밀어버릴 줄은 몰랐네요.
아직 장흥에 대해 많이 알지 못 해서
장흥과 의학이 무슨 상관인지는 모르겠지만
국제통합의학박람회를 한 달씩이나 한다며
군 관계자들에게 입장권을 팔게 하고
이 바쁜 시기, 농민들을 자원봉사에 동원하고...
무엇보다 아름다운 사자산이 훼손된 것이
참 마음 아픕니다.
물 축제, 로하스타운, 국제통합의학박람회...
이런 것들이 장흥군민의 삶에 어떤 도움을 줄까요?
요란하고 가시적이어서
누군가의 업적으로 남길 일에
돈 쓸어 넣고 자연훼손하는 행정 말고
작고 소박해도
장흥군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행정다운 행정을 펼칠 인물은 어디 없나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