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무쓸모] 최근 내가 관심 있게 본 뉴스는?
"뉴이스트 10년 활동 마무리". 기사를 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는 봄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새 학기를 시작하는 3월에 데뷔해서 이미 한차례 소속사와의 계약을 연장한 시기도 그즈음이었는데, 곧 재재계약을 기다리던 팬들에게 날벼락같은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아이돌 그룹과 소속사의 재계약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재재계약은 글쎄, 이미 연예계에서 자리 잡은 아이돌 멤버도 새로운 후속 그룹을 키워야 하는 소속사도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게 서로가 서로를 위한 길이라는 걸 안다. 그래도 뉴이스트니까. 10년 동안 팀이 잘되기만을 바라며 애쓴 종현이가 팀을 놓지 않을 거라고. 일개 팬인 나는, 뉴이스트 본인들도 확신할 수 없는 일을 나도 모르게 확신하고 있었나 보다.
내가 종현이라 부르는 김종현, 활동명 'JR'은 10년 차 아이돌 그룹 뉴이스트의 리더이자 얼마 전 드라마에 첫 출연한 신인 연기자다. 나는 종현이를 '프로듀스 101 시즌2'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 알았다. 당시 데뷔 5년 차 아이돌이지만 인기를 얻지 못해 팀이 해체 위기에 놓이자 종현이는 연습생으로 다시 돌아가 서바이벌 프로그램에 나가야 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할 수도 있고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 타인을 밟아 누르려 할 수도 있겠지만 종현이가 선택한 길은 그저 묵묵히 현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태어날 때부터 재능도 매력도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는 그 어느 것도 가지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 희소한 것은 가치가 있기에 세상은 반짝반짝 빛나는 재능을 칭송한다. 특히 종현이가 속한 연예계를 포함한 예술 분야는 더욱 그렇다. 음주 운전하고 마약 좀 하더라도 재능이 있으면 얼마 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컴백하는 그런 세상. 꾸준함 성실함 올곧음과 같은 단어들이 평가절하되는 세상에서 종현이는 우직히 자신의 길을 갔다. "언젠가는 알아주는 사람들이 온다는*" 믿음 하나만을 가지고서.
프로그램이 끝난 후 원래 속한 그룹으로 돌아간 종현이는 물이 들어오는 정도를 넘어서 해일처럼 밀려오는 기회를 잡으며 리더로서 단단하게 팀을 지켰다. 종현이가 아끼는 뉴이스트를 나도 좋아했다. 다른 팬들과 좀 다른 점은, 나에게 뉴이스트 멤버들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라기보다 종현이가 친형제처럼 어기는 소중한 동료들 같은 느낌이 더 강했다. 뉴이스트가 있어 종현이가 있는 게 아니라, 종현이가 있어서 뉴이스트가 있는 그런 거. 종현이가 무려 10년을 지켜온 뉴이스트가 활동을 종료한다는 소식이, 마치 프듀로 얻은 기회들과 함께 시작된 종현이의 인생 2막이 문을 닫는다는 소리로 들렸다.
팬들에게 그룹으로서 마지막 인사를 남긴 손편지에서 종현이는 봄이 오면 좋은 소식을 전해준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연예인들이 밥먹듯이 하고 팬들도 그러려니 이해하는 빈말 한 번조차 없이 자신이 말한 건 무조건 다 지켰던 종현이가 하는 말이니 아마 조만간 종현이 인생 3막이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최근 이직으로 새로운 업종에서 일을 시작하며 사회생활 10년 차에 다시 신입이 된 듯한 기분이 들고 때로는 자존심이 상할 때도 있는데 그럴 때면 종현이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최선을 다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알아주는 사람들이 온다던 그 말. 그리고 상상한다. 연습생으로 돌아가 다시 데뷔하기 위해 100명과 경쟁했을 때도 연기라는 새로운 영역에 발을 들였을 때도 막막했을 종현이를. 나도 따스하게 내려오는 기운을 느끼며 종현이처럼 '다시, 봄**'을 기다린다. 그리고 곧 들려올 종현이의 좋은 소식도. 종현이가 '뉴이스트 JR'이 아니더라도,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인간 김종현을 앞으로도 꾸준히 응원하려 한다.
* 종현이가 딩고 웹 예능 <수고했어 오늘도>에서 한 말
** 뉴이스트 10주년 베스트 앨범 타이틀 곡이자 마지막 타이틀 곡의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