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감정 하나가 흘러갔어요
너와 마지막으로 얘기하던 날,
너는 모든 걸 조용히 거절했지.
그럼에도 이상하게,
나는 너를 놓을 수 없었어.
그날의 너는
눈빛도, 말투도, 행동도
마치 말없이 “너무 힘들었다”라고 고백하는 것 같았어
광배와 나를 바라보던 잠깐의 시선에서
나는 너의 마음을 느꼈어.
말은 없었지만,
오히려 그 침묵이 더 깊게 들렸거든.
그 순간,
나는 재회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느꼈어.
지금 너에게 필요한 건
‘미안함 없이 존재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걸.
그래서 생각했어.
너를 힘들게 하는 죄책감을 지우고 싶다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편안한 일상을 살아가게 해주고 싶다고.
우리가 헤어진 후,
광배와 나를 위해 가꿨던 내 정원의 토양을
모두 부숴야 했어.
그 안에 감춰진 뿌리 하나하나를 다시 들여다보며
매일 마음엔 비가 내렸고
쉴 곳은 없었어.
그래도 멈추지 않았어.
그 안에 남은 감정들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나서야
나는 단단해졌어.
그리고 마침내
너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됐어.
그게 바로 이 공간이야.
나는 인스타그램에 정원을 만들기 시작했어.
광배의 사진을 올리고,
너와의 기억을 담은 글을 하나씩 남겼어.
조심스럽게,
하지만 분명하게.
내 마음이 보일 수 있도록.
이건 다시 만나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였어.
너는 말하지 않아도 돼.
네 속도로, 네 방식으로.
그 어떤 것도 강요하지 않는 공간이야.
들어와서 머물렀다가
흔적 없이 사라져도 괜찮아.
쉬고 싶을 때,
천천히 와도 돼.
왜냐면
너는 그런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거든.
그동안 혼자 모든 짐을 짊어지고
버티고, 견뎠잖아.
그 시간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나도 내 방식으로 여기에 머물렀어.
광배라는 매개체가
우리를 조심스럽게 다시 이어주었고,
그렇게 이 정원이 생겨났어.
이제 여긴
미안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이야.
네가 내게 준 건
미안함이 아니라,
내 인생에서 가장 깊고 단단한 계기였으니까.
그래서 여긴,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이야.
감정이 숨 쉴 수 있는 정원.
네가 원할 때 언제든 들렀다가
잠시 머물러도 되는 그런 곳이야.
그리고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해 준 사람이,
바로 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