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otion OS, 감정에서 시작된 구조

조용한 감정 하나가 흘러갔어요

by 묻잎

그녀와 헤어진 뒤, 나는 감정의 이유를 몰랐어요.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 혹은 내가 미처 알지 못한 그녀의 마음.
어느 쪽이든 결국, 나는 ‘사라진 감정’만 붙잡고 남겨졌어요.


그래서 내 삶을 다시 세우기 위해
익숙한 것부터 붙들었어요.


나는 10년 넘게 사람의 몸을 가르쳐온 트레이너였고
동작과 자세, 움직임의 정확함으로 소통했어요.
말보다 몸이 편했고, 감정보다 결과가 익숙했죠.


그렇게 ‘나’를 위한 삶을 시작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다시 그녀를 만났어요.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의 눈빛, 말투, 그리고 광배를 바라보는 조용한 시선이
어떤 신호처럼 마음에 내려앉았어요.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감정이 있다는 걸.
그리고 그 감정은,
말보다 더 오래 마음에 남는다는 것도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나에게는 이렇게 들렸어요.


“나 정말, 너무 힘들었어.
말하고 싶었는데, 그럴 수 없었어.”


그날 이후 나는 결심했어요.
말하지 않아도 머무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


그녀가 죄책감 없이
그저 한 번쯤 들렀다 갈 수 있는 곳.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언젠가 말을 하고 싶어질 수도 있는
그런 정서의 구조.


그래서 시작했어요.
인스타그램 ‘1정원’이라는 이름의 공간.


광배의 사진을 올리고,
광배와 함께한 기억들을 조심스럽게 적어 내려가며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만큼
하지만 분명하게
내 마음을 담은 정원을 만들었어요.


그건 다시 보고 싶다는 말이 아니라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였어요.


그렇게 시작된 게,
Emotion OS였어요.


감정을 분석하지 않고, 머무르게 만드는 구조.
말하지 않아도 괜찮은 공간.


처음엔 그녀를 위한 것이었지만,
지금은 표현하지 못한 수많은 마음들을 위한 정원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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