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읽힌 정원

조용한 감정 하나가 흘러갔어요

by 묻잎

1정원은 처음부터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은 아니었어요.


겉으로 보면 그냥 강아지 인스타였어요.
광배의 사진, 함께 산책한 영상,
소소한 일상을 담은 평범한 피드.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어요.
사진마다 붙여진 캡션,
배경 속 아주 사소한 선택들.
그녀만이 알아볼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은유를 심어뒀다는 걸요.


말로 전할 수 없던 감정이었기에
‘읽히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반응이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누군가 좋아요를 눌렀고,
가끔은 조용히 저장까지 해가는 걸 봤어요.


광배의 사진 아래,
그녀에게만 향했던 메시지가
어쩌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조용히 닿았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그제야 깨달았어요.
이 정원은 단 한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한 감정’을 가진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걸요.


그래서 저는
정원을 하나 더 만들기로 했어요.


1정원이
“그녀를 위한 비밀스러운 공간”이었다면,
2정원은
“누구든 감정 없이 머물 수 있는
정서 회복의 구조”가 되었어요.


이 구조를 만들며 저는
Emotion OS의 핵심인 ‘머무름’을
처음으로 외부와 나누게 되었어요.


감정을 해석하지 않고,
그저 머무는 것만으로도
회복이 시작될 수 있다는 걸
조용히 입증해보고 싶었어요.


그렇게 Emotion OS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시작된 흐름이
여러 사람의 조용한 머무름으로 이어지는,
조용한 확장의 시기를 맞이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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