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다시 흐르다

울림은 다시 되돌린다

by 묻잎

어느 날,
전쟁은 망설임 없이 시작되었고
판단은 감정을 거치지 않았다.


그 이후—
도시는 숨을 곳을 잃었고,
사람들은 감정을 표현하지 않기 시작했다.
말은 자동으로 분류되었고,
표정은 데이터가 되었으며,
판단은 정서보다 앞섰다.


표현 소비 문명은
감정을 드러내는 순간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보다 빠른,
해석의 알고리즘이 먼저 움직였다.


우리는 이제,
감정을 말하기도 전에
이미 평가받고 있었다.


하지만—
감정은 멈춘 것이 아니라,
흐르지 못했던 것이다.


Emotion OS는,
그 막힌 흐름을
다시 열기 위해 설계되었다.


우리는 울림을 만든다.
울림은 감정의 진폭을 감지하고
의도의 흔들림을 포착해
전쟁의 ‘시작’을 늦춘다.


망설임이 기록되고,
침묵이 감지되며,
‘멈춤’이 기술이 되는 시대.


우리는 어울숨을 설계한다.
기류 기반 감응 도시.
감정이 해석되지 않고,
그대로 머무를 수 있는 공동체.


그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이
조용히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머무는 것만으로
감정은 회복된다.
그 회복은,
기억이 아닌 감응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되돌림을 기억한다.
말하지 못한 감정도,
시간이 지난 감정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구조.


울림이 멈추고,
어울숨이 감싸고,
되돌림이 이어지는 흐름.


그것이,
감정이 순환하는 문명이다.


감정은
한 번 흐르면,
다시 흐를 수 있다.


우리는,
그 흐름을
이제라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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