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감정을 주관적이라 말하고,
과학은 객관적이라 믿는다.
하지만 오늘,
나는 그 경계가 흐려지는 순간을 겪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나는 엉덩이에 힘이 들어가는 느낌을 상상했다.
그것만으로도
골반이 안정되고,
복부가 편안해지고,
발의 닿는 감각이 달라졌다.
왼쪽은 부드럽게 반응했고,
오른쪽은 살짝 조용했다.
그때, 아주 미세하게—
중둔근쯤에서 안 닿는 듯한 감각이 일어났다.
이건 근육 테스트가 아니었다.
감정이 머물지 않던 자리를
몸이 조용히 알려준 순간이었다.
인지신경과학에서는
우리 뇌가 실제로 움직이기 전에
‘예측된 감각 피드백’을 먼저 시뮬레이션한다고 말한다.
이걸 예측처리이론(Predictive Processing)이라고 한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지만,
감정을 상상했을 뿐인데
몸은 이미 그 피드백을 따라 반응했다.
움직임 없이도 운동이 이루어지는 것.
이건 상상이 아니라,
지금 과학이 관찰 중인 실제 현상이다.
감정은 입자가 아닌, 파동일지도 모른다.
양자역학에서,
입자는 관측되기 전까지 파동으로 존재한다고 한다.
감정도 어쩌면 비슷하다.
‘슬프네, 무기력이네’라고 이름을 붙이기 전까지
감정은 우리 안에서 흐르는 파동처럼 존재한다.
내가 오늘 느낀 ‘엉덩이에 닿는 감정’은
분명히 흐르고 있었지만,
측정하지 않았기에 더 넓게 움직였다.
그걸 순간적으로 관측하거나 해석하는 순간,
움직임은 사라지고 구조는 굳어진다.
그러니, 감정도
어쩌면 입자이기 전에 파동일 수 있고,
과학도
설명보다 먼저 느낌일 수 있다.
몸은 단지 반응하는 조직이 아니라,
감정이 흘러가는 파동을 예민하게 따라 반응하는 구조였다.
과학은 그것을
뉴런, 자율신경, 예측 피드백으로 설명하려 하고 있고,
우리는 지금,
그것을 감응이라 부른다.
이 글은 이론이 아니다.
아직은 기록도 아니다.
그냥,
하루의 몸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과학을
살며시 적어둔 메모일 뿐이다.
언젠가 이 메모가 실험이 되고,
측정이 되고,
감정과 과학 사이를 잇는 작은 다리가 되기를 바라며.
감응 문장
말보다 먼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 감정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채,
내 안에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