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니토의 시작점, ‘M5 소파’가 정의한 디자인 기본권
"소파를 한번 그려보시겠어요?"
종이와 펜을 건네면, 열에 아홉은 비슷한 그림을 그립니다. 네모난 등받이, 양옆의 팔걸이, 그리고 푹신한 시트. 우리가 무의식 중에 떠올리는 ‘소파의 원형’. 무니토의 첫 번째 소파 M5는 바로 그 가장 보편적인 이미지에서 출발했습니다.
이름은 무니토(MUNITO)의 M과, 1부터 10 사이의 가장 중심인 숫자 5를 합친 것. 여기에는 당시 선택지가 부족했던 한국 가구 시장에 대한 저의 고민이 담겨 있습니다.
해외 브랜드는 직구를 해야 할 만큼 진입장벽이 높았고, 동네 가구점(로드샵)은 흥정이 기본일 정도로 가격이 불투명했습니다. 믿을 만한 대기업 브랜드는 있었지만, 디자인이 획일적이어서 다양성을 찾기 어려웠죠. 저는 이 틈바구니 속에서 누구나 합리적인 가격에 투명하게 구매할 수 있고, 디자인적 완성도까지 갖춘 든든한 ‘중심(Standard)’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각한 ‘디자인 기본권’이었습니다. 취향이 아직 선명하지 않은 사람도, 예산이 한정된 신혼부부도, M5를 선택하면 적어도 품질과 디자인에서만큼은 삶의 수준이 단단하게 지켜지는 것. 그 ‘하방’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기교를 부리는 대신 기본에 집착했습니다.
하지만 ‘기본’을 지키는 것이 가장 어렵더군요. 특히 M5의 핵심인 넓고 낮은 팔걸이를 만들 때 고민이 깊었습니다. 보통은 원단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잇는 것이 원단 로스(Loss)를 줄이고 단가를 낮추는 쉬운 방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반대의 길을 택했습니다. 팔걸이 부분의 절개선을 과감히 줄이고, 원단 소모가 많아지더라도 매끈한 면을 살리는 쪽을 선택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이곳은 팔걸이가 아니라 베개니까요."
퇴근 후 지친 몸으로 소파에 누웠을 때, 얼굴에 봉제선이 배기거나 걸리적거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원단 효율을 포기하더라도, 살이 닿는 촉감의 부드러움을 지키는 것. 그것이 사용자를 위한 진짜 디테일이라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 저는 당시로서는 조금 무모한 '반전'을 시도했습니다.
제품 출시를 앞두고 상세 페이지용 사진을 찍을 때였습니다. 보통은 모델이 허리를 꼿꼿이 펴고 우아하게 앉아 있는 컷을 씁니다. 하지만 저는 과감하게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당시 저는 1인 기업이라 모델을 섭외할 여력도 없었지만, 무엇보다 이 소파의 '진짜 사용법'을 가장 솔직하게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직접 누웠습니다. 카메라 타이머를 맞춰놓고 후다닥 달려가 소파 위에 벌러덩 누운 채 셔터가 눌리길 기다렸죠. 네, 맞습니다. M5 소파 상세 페이지 속, 얼굴을 잡지로 가린 채 세상 편하게 누워있는 그 ‘어설픈 모델’이 바로 접니다. :)
한국의 거실 풍경을 솔직하게 들여다보면, 퇴근 후 우리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소파에 '앉는' 게 아니라 '눕는' 것입니다. 남들 눈치 보지 않고 가장 편안하게 쉴 권리, 저는 몸소 누워서 그 권리를 증명하고 싶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고객들은 "그래, 이게 진짜 내 모습이지!"라며 환호했고, 그 '셀프 눕방(?) 사진'은 무니토가 지향하는 '솔직한 안락함'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재미있게도 그 후로 여러 브랜드의 상세 페이지에 누워있는 모델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더군요.
디테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넓은 팔걸이 앞면에는 작은 '히든 포켓'을 숨겨두었습니다. 툭하면 사라져서 온 가족이 소파 틈새를 뒤지게 만드는 주범, 리모컨을 위한 전용 주차장입니다. "멋진 디자인에 주머니가 웬 말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생활 속의 작은 불편함을 해결해 주는 것 또한 가구가 지켜야 할 기본이니까요.
가장 보통의 겉모습 속에 숨겨진 가장 사려 깊은 배려. M5는 그렇게 무니토가 생각하는 ‘디자인 기본권’의 첫 단추가 되었습니다.
화려한 취향의 영역으로 나아가기 전, 누구나 안심하고 기댈 수 있고, 마음껏 눕고 뒹굴 수 있는 '실패 없는 기준'을 만드는 것. 그것이 1인 기업 시절부터 제가 지켜온 무니토의 변치 않는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