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라는 몽상가, '경영'이라는 현실을 만나다

무니토와 파인우드리빙, 7년의 동행이 증명한 것들

by Munito Director

2018년 여름, 메일함에 낯선 제목의 메일이 한 통 도착했습니다. 발신인은 '파인우드리빙'. 자신들의 비전을 소개하며 무니토와 함께하고 싶다는 제안이었습니다.


솔직히 낯설었습니다. 당시 무니토는 지금의 매출 규모와는 비교도 안 되는 작은 1인 기업이었으니까요. 디자인을 전공하고 디자인 회사만 다녔던 저에게 '투자'나 '인수' 같은 단어는 뉴스에나 나오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 메일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건, 당시 제가 마주하고 있던 지독한 현실 때문이었습니다.

파인우드리빙과의 투자 제안 E-mail

저는 디자이너였지만, 동시에 CS 상담원이었고, 회계 담당자였으며, 물류 관리자였습니다. 하루 종일 배송 문제를 처리하고 세금계산서를 끊다 보면, 정작 제가 가장 잘해야 할 '디자인'은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였습니다.


주변에서는 걱정 어린 조언을 던지곤 했습니다.


"너 같은 디자이너 출신 브랜드가 과거에도 수없이 많았어. 그런데 지금 살아남은 곳이 몇이나 되니?"


오기가 생기면서도 궁금했습니다. '왜 그들은 사라졌을까?'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디자인 실력이 부족해서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경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디자이너는 태생적으로 몽상가(Dreamer)에 가깝습니다. 새로운 것을 상상하고 만드는 일에는 능숙하지만, 냉혹한 숫자로 회사를 운영하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대표로서 경영을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면, 저는 그저 작업실에 갇힌 아티스트로 끝날 것이 뻔했습니다.


스스로 경영 서적을 뒤적이며 한계를 느끼던 그 시점에, 파인우드리빙을 만났습니다.


2018년 8월, 우리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습니다. 사실 파인우드리빙의 시스템이 완벽해 보여서 선택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들 역시 당시에는 성장하는 회사였으니까요. 하지만 "이 선택을 하지 않으면, 나 혼자서 이 벽을 넘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눈 그 사람(파인우드리빙 대표)의 태도를 믿었습니다.


그렇게 '디자인(무니토)'과 '경영(파인우드리빙)'의 동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우리의 원칙은 명확했습니다.


"서로가 잘하는 분야는 확실하게 존중한다. 단, 그 사이의 회색지대는 철저하게 숫자로 이야기한다."


저는 디자이너 출신치고는 숫자에 거부감이 없는 편이었고, 파인우드리빙의 컨설팅을 빠르게 흡수했습니다. 시작은 마케팅이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페이스북을 대체하던 시기, 디지털 마케팅의 구조를 배우며 시장을 읽는 눈을 떴습니다. 점차 우리는 물류와 CX(고객 경험)처럼 '규모의 논리'가 필요한 기능은 과감히 통합하고, '크리에이티브' 영역은 철저히 분리하여 독립성을 지키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파인우드리빙과 함께 설립한 플랫폼 무브먼트랩의 첫번째 쇼룸

그렇게 7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이제 '경영적 마인드와 회계적 시각을 가진 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제가 겪었던 이 성장통과 배움을 무니토의 이름으로 다른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나누려 합니다.


제가 지난 에세이(디자이너를 위한 '비즈니스'는 우리가 맡겠습니다)에서 "협업을 통해 선순환을 만들겠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가 바로 그 시스템의 수혜자이자 증인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창작자가 겪는 현실적인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했을 때 디자인이 얼마나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지도 잘 압니다.


하지만 한 가지, 제가 파트너 스튜디오들에게 늘 강조하는 것이 있습니다.


"회사 운영은 자아실현이 아닙니다. 우리의 협업은 철저히 '성공'해야 합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릅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섞인 코웍(Co-work)에 개인의 자아실현이 우선시되면, 우리의 시간은 헛되게 쓰일 뿐입니다. 한국 가구 디자인 시장이 한 단계 나아가려면, 단순히 "좋은 시도였다"는 사례가 아니라, "숫자로 증명된 성공 사례"가 쏟아져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 이 시장이 바뀝니다.


7년 전, 파인우드리빙이 제게 내밀어 준 손이 무니토를 키웠듯, 이제는 무니토가 더 많은 디자이너에게 '성공을 위한 현실적인 손'을 내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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