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와 사용자의 거리, 0미터

LG전자 CMF팀을 떠나, 2년간 고객의 현관문을 넘나들며 배운 것들

by Munito Director

홍익대학교에서 가구를 전공하고, 디자인 스튜디오, 중소 기업을 거쳐 LG전자 CMF팀까지 디자인을 통해 소재와 컬러를 다루던 시절, 저에게 사용자는 ‘데이터’ 속에 존재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모니터 속 도면은 완벽했고, 회의실에서 결정된 마감재는 흠잡을 데 없이 아름다웠죠. 하지만 그곳에서 디자이너와 사용자 사이의 거리는 꽤 멀었습니다.


무니토를 1인 기업으로 창업하고 시스템이 채 갖춰지기 전, 처음 약 2년여간은 저에게 치열한 생존의 시간이었습니다.

거창한 경영 철학 때문에 현장에 나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당장 쇼룸에 앉아있을 사람이 저뿐이었고, 배송 기사님을 도울 일손이 저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저는 본의 아니게 세일즈부터 배송까지 도맡게 되었습니다.

쇼룸에서 고객을 응대하다가도 배송 날이 되면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배송 차량이 고객님 댁 앞에 도착하면, 저도 제 차에서 내려 소매를 걷어붙이고 함께 가구를 날랐습니다.

아마 당시 배송을 받으셨던 고객님들은 꿈에도 모르셨을 겁니다.

엘리베이터 없는 빌라 3층 계단을 낑낑대며 함께 오르고, 거실 한편에 소파 자리를 잡아주며 땀을 훔치던 그 설치 기사가 사실은 이 소파를 디자인한 대표였다는 사실을요. (네, 제가 바로 그 ‘잠입 대표’였습니다.)

하지만 상황에 떠밀려 시작했던 그 약 2년의 ‘현장 근무’는, 역설적이게도 저에게 그 어떤 디자인 서적보다 귀한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고객의 현관문을 넘어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도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진짜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으니까요.

지금은 단종된 무니토의 첫 침대 샘플

그때 깨달았습니다.

디자인은 단순히 보기 좋은 물건을 만드는 ‘미학’이 아니라, 사용자의 불편함을 없애주는 ‘문제 해결(Problem Solving)’이어야 한다는 것을.

저의 6년여간의 커리어와 CMF 전문성은 그때부터 방향을 다시 잡았습니다.

책상 위에서 쌓은 지식은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소재 하나를 골라도 "이게 트렌드인가?"를 묻기 전에, "이게 거실에서 사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 "이게 반려동물의 발톱을 견뎌낼까?"를 먼저 묻게 된 것이죠.


무니토의 가구에는 ‘거리감’이 없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고객의 삶을 목격하고, 직접 가구를 나르며 몸으로 배운 데이터들이 촘촘하게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저는 신제품을 기획할 때마다 그때 고객님의 거실 풍경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상상합니다. 이 가구가 놓일 당신의 공간과, 그곳에서 해결되어야 할 당신의 고민들을.

첫 스튜디오 촬영을 위해 가구를 배치하는 모습

무니토 홈페이지

무니토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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