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지휘하는 디지털 정보의 신호

by 문지훈 Jihun Mun

현대 도시의 역동성은 사람과 사물의 물리적인 움직임을 조율하고, 때로는 새로운 움직임을 창출하는 보이지 않는 힘, 바로 ‘정보의 흐름’에 있습니다. 과거의 도시가 신호등이나 표지판 같은 물리적인 신호에 의해 통제되었다면, 오늘날의 도시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이라는 보이지 않는 신호 체계에 의해 더욱 정교하게 관리되고 있습니다. 흔하게 들어보셨을 법한 스마트시티(Smart City)라는 개념이 이를 통칭합니다. 정보의 흐름은 도시의 신경망과 같아서 물리적 세계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도시의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정보의 흐름과 도시의 물리적 흐름 사이의 상호작용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내비게이션 앱은 실시간 교통 데이터를 분석하여 운전자에게 최적의 경로를 안내합니다. 수백만 명의 운전자가 이 정보에 따라 움직이면서 도시 전체의 차량 흐름 패턴이 실시간으로 변화합니다. 물류 시스템에서는 더욱 정교한 통제가 이루어집니다. 배달 플랫폼의 알고리즘은 주문 정보와 배달 파트너의 위치를 기반으로 가장 효율적인 배송 동선을 계산하고 할당합니다. 즉, 정보의 흐름은 도시의 도로, 차량, 인력 등 물리적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지휘자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최근 알고리즘 거버넌스(Algorithmic Governance)라는 용어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도시 시스템 전체를 관리하는 새로운 형태의 통치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차량 공유 서비스의 탄력 요금제는 수요와 공급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여 가격을 조정함으로써 사람들의 이동 시간과 수단 선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정보의 흐름은 이제 도시의 물리적 흐름을 예측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통제하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물론 이러한 최적화는 특정 목표(예: 속도, 수익)에만 치중될 경우, 다른 중요한 가치(예: 안전, 공공성)를 간과할 위험도 내포하고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정보의 흐름이 도시 공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몇 가지 생각해 볼 점들이 있습니다. 먼저, 도시 공간에 대한 우리의 경험과 인식 방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스마트폰의 지도 앱이 안내하는 경로를 따라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졌습니다. 이는 이동의 효율성과 예측 가능성을 비약적으로 높여주었지만, 동시에 우리가 도시 공간을 주체적으로 탐색하고 우연한 발견을 할 기회를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정보가 제공하는 최적의 경로만을 따르게 되면서, 그 경로에서 벗어난 공간들은 점차 우리의 인식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알고리즘에 의해 매개된 도시 경험은 편리하지만, 때로는 획일화된 선택지로 우리의 경험을 제한하기도 합니다. 모두가 동일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장소를 방문할 때, 우리는 효율적이지만 획일화된, 정보 여과 현상을 일컫는 일종의 공간적 필터 버블(Filter Bubble) 속에서 도시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또한, 정보의 흐름은 물리적인 이동 자체를 대체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는 코로나19로 경험한 사회적 거리 두기와 디지털 기술이 도심 업무지구로 향하던 거대한 사람의 흐름을 감소시키고, 전통적인 출퇴근 패턴을 변화시켰던 사실을 목도한 바 있죠. 화상회의, 원격근무, 온라인 서비스의 확산은 특정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물리적으로 이동해야 한다는 전제를 약화시킵니다.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이 물리적 현존과 기능적 역할을 분리시킴으로써 도시의 밀도를 새로운 방식으로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정보의 흐름은 도시 공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냅니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접근성이나 입지가 공간의 가치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면, 이제는 디지털 가시성(Digital Visibility)이 그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의 언급 빈도나 플랫폼의 평점과 리뷰가 사람들의 방문 결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정보의 흐름이 집중되는 곳은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물리적 흐름 또한 끌어당깁니다. 물리적 위치보다 디지털 평판이 상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상은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현실 공간의 위계를 재편하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이를 뒤집어 보면 디지털 정보의 흐름에서 소외된 공간은 물리적으로 좋은 입지에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기 쉽겠죠.


마지막으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쟁점이 있다면 정보의 흐름이 잠재적으로 가져다줄 수 있는 사회적 부작용입니다. 대량의 도시 데이터와 고도화된 알고리즘은 도시 문제 해결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지만, 동시에 중요한 사회적, 윤리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누가 이 정보를 통제하고 어떤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가에 따라 정보의 흐름은 효율성을 높이는 도구가 될 수도, 시민들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특정 집단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알고리즘 편향을 강화하는 기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정보 이해력의 차이는 도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의 격차를 만들어내며 기존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정보의 흐름이 어떻게 우리의 행동을 유도하고 도시 공간을 재구성하는지를 비판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기술이 주도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주체적인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역량일 것입니다.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활동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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