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되는 사생활, 쇼룸이 된 집

by 문지훈 Jihun Mun

과거 우리에게 집들이란 아주 사적이고 친밀한 행사였습니다. 가까운 친척이나 정말 친한 친구 몇몇을 초대하여 서툰 솜씨로 차린 음식을 나누고, 꾸밈없는 살림살이를 보여주며 정을 쌓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는 온라인 집들이라는 새로운 문화에 훨씬 더 익숙해져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이 조명과 각도를 세심하게 조절해 찍은 자신의 집 사진을 인테리어 플랫폼이나 소셜미디어에 공유합니다. 그리고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수만 명의 불특정 다수로부터 ‘좋아요’와 찬사를 받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집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집은 오랫동안 외부의 시선으로부터 보호받는 가장 내밀하고 사적인 안식처였습니다. 밖에서 입던 사회적 가면을 벗어던지고 온전한 나로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었죠. 하지만 스마트폰이 침실까지 들어온 지금, 집은 타인에게 나의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을 전시하고 검증받는 일종의 ‘준공공적인 장소’가 되었습니다. ‘디지털 밀도’의 측정 대상이 도시의 거리를 넘어, 이제 현관문을 열고 안방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것입니다.


인테리어 플랫폼은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앱을 켜고 스크롤을 내리면, 전문가의 손길이 닿은 듯 완벽하게 스타일링 된 수많은 남의 집 풍경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우리는 이 무한한 쇼룸을 구경하며 좋은 집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시각적 교육을 받게 됩니다. 화이트 앤 우드 톤의 미니멀 인테리어, 미드센추리 모던 스타일의 가구 배치, 감성적인 조명과 식물 등. 특정 유행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이는 점차 개인의 취향을 넘어 우리 시대가 욕망하는 표준적인 아름다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플랫폼이 가진 가장 강력한 힘은 영감과 구매 사이의 마찰을 없앴다는 데 있습니다. 사진 속 멋진 거실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소파나 조명이 있으면, 사진 위에 붙은 태그를 터치하는 것만으로 즉시 구매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과거에는 잡지에서 본 가구를 찾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했다면, 이제는 침대에 누워 그 공간을 내 집으로 복제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편리함은 집을 꾸민다는 창조적 행위를, 유행하는 이미지를 소비하고 소유하는 행위와 거의 동일한 것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여기에 사회적 증명의 메커니즘이 더해지면 파급력은 더욱 커집니다. 더 많은 ‘좋아요’와 ‘스크랩’을 받은 집은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아 메인 화면에 더 자주 노출됩니다. 사람들은 인기 있는 스타일을 모방하여 자신의 집을 꾸미고, 다시 그 사진을 올려 타인의 인정을 구합니다. 이 거대한 순환 고리 속에서 개인의 고유한 취향은 옅어지고, 플랫폼이 주도하는 집단적인 취향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됩니다. 유행하는 가구와 소품으로 채워진 집들은 세련되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로 닮아있는 ‘프랜차이즈화된 개성’을 보여줍니다.


긍정적인 측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인테리어 플랫폼은 취향의 민주화를 이끌어냈습니다. 과거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고급 정보와 감각이 대중에게 개방되었습니다. 누구나 합리적인 비용으로 자신의 공간을 더 아름답고 기능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게 되었고, 획일적인 아파트 구조 안에서도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현하려는 시도가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좁은 자취방이라도 나답게 꾸미고 싶다는 욕구의 분출은 분명 삶의 질을 높이려는 건강한 에너지입니다.


이면에는 삶의 획일화와 보여주기 위한 삶이라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습니다. 집이 전시의 대상이 되면서, 우리는 무의식 중에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사진에 예쁘게 나오지 않는 낡은 가구나 생활의 흔적이 묻은 물건들은 숨겨야 할 것이 되고, 실제 생활의 편리함보다 사진 속 조형미가 우선시 되기도 합니다. 나의 진짜 필요와 휴식보다는,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 지를 먼저 고민하게 되는 주객전도의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의 물리적 환경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동네의 개성 있는 가구점이나 조명 가게는 거대 플랫폼의 가격 경쟁력과 물류 시스템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 짓는 오피스텔이나 아파트가 분양 광고에서부터 SNS 감성 인테리어를 내세우는 것처럼, 건물의 물리적 형태(머무는 밀도의 대상)마저도 이제는 온라인상의 디지털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기획되고 설계됩니다.


결국 인테리어 플랫폼은 우리의 집을 가장 매력적인 소비 상품이자, 온라인 자아를 드러내는 중요한 포트폴리오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좋아요’와 ‘태그’로 이루어진 디지털 밀도는 이제 사적 공간의 벽을 허물고, 우리의 욕망과 취향을 깊숙이 구조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디지털 기술이 단순히 정보의 유통을 넘어, 우리가 우리 자신과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공간을 정의하는 방식까지 바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이 강력하고 편리한 도구를 영리하게 사용하는 것입니다.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정답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 나에게 진정으로 편안하고 필요한 공간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주체성을 회복해야 합니다. 수천 개의 ‘좋아요’를 받은 모델하우스 같은 집보다, 비록 조금 어설프더라도 나의 손때 묻은 물건과 가족의 고유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 집. 우리 집 안을 채우는 가장 중요한 밀도의 측정 대상은 결국 매끈한 디지털 데이터가 아니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보이지 않는 기억과 관계의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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