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도시를 판단해 온 기준들

by 문지훈 Jihun Mun

‘인구 1,000만 명 도시’, ‘제곱미터당 주택 가격’, ‘세계 도시 경쟁력 순위’. 이번 여정의 핵심어로 도시의 밀도를 다루기로 했으니 초반에 숫자 이야기를 한 번 해보려 합니다. 숫자는 복잡한 현상을 단순화하여 객관적인 비교와 평가를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도구입니다. 우리는 숫자를 통해 도시의 순위를 정하고, 가치를 판단하며, 미래를 예측하고자 합니다. 어떤 지역이 거주하기에 더 적합한지 판단하기 위해 주택 가격이나 일자리까지의 거리, 대중교통 접근성, 녹지 비율, 범죄율, 교육 환경 점수와 같은 데이터를 참고합니다. 특히 도시 계획가나 정책 입안자에게 숫자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도시의 성장을 관리하기 위한 필수적인 근거 자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대표적인 지표들이 도시의 모든 측면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는 몇 가지 숫자들을 검토해 보면, 지표가 담지 못하는 이면의 맥락을 발견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인구밀도’가 있습니다. 서울은 세계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이 수치는 서울이 활력 넘치는 역동적인 도시라는 인상을 줍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사람들이 ‘어떻게’ 밀집해 있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어울려 사는 저층 고밀 주거지와 특정 소득 계층이 모여 사는 고층 아파트 단지는 동일한 인구밀도 수치를 갖더라도 실제 삶의 모습은 전혀 다릅니다. 또한, 업무 시간 동안에는 밀도가 매우 높았던 도심 상업 지구가 야간이나 주말에는 공동화되는 현상도 있습니다. 이처럼 인구밀도라는 수치는 공간의 질적 차이나 시간적 변화를 담아내지 못하고, 단위 면적당 인구수라는 물리적 사실만을 전달합니다.


‘단위 면적당 가격’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정 지역의 주택 가격은 교통, 학군, 편의시설 등 여러 입지적 장점을 반영하는 중요한 경제 지표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반드시 삶의 질과 비례하는 것은 아닙니다. 높은 주택 가격은 안정적인 주거 환경을 의미할 수 있지만, 동시에 높은 생활비 부담이나 이웃과의 교류 단절과 같은 다른 측면을 포함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지역이라도 수치로 드러나지 않는 사회적 관계나 장소의 역사와 같은 다른 가치를 지닐 수 있습니다. 즉, 가격이라는 단일 지표만으로 도시 공간의 가치를 온전히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숫자가 현실의 일부 측면만을 보여주는 현상은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과 관련이 있습니다. 도시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시민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이나 장소의 고유성보다는 표준화되고 측정 가능한 지표가 더 유용합니다. 인구수, 주택 보급률, 도로 면적과 같은 지표들은 도시 시스템의 상태를 파악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준이 됩니다. 이러한 관리적 접근은 도시의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관점이 도시를 이해하는 유일한 기준이 될 때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관리 효율성을 위해 계획된 격자형 도로망이 거주민에게는 공동체의 단절을 유발하는 장벽이 될 수 있고, 주택 공급률이라는 숫자를 높이기 위해 지어진 획일적인 아파트 단지가 장소의 고유한 정체성을 약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결국 숫자는 도시의 현실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이라기보다는, 특정 목적(주로 효율과 관리)을 위해 현실의 일부를 선택적으로 보여주는 도구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측정하기 어려운 가치들, 예를 들어 장소에 대한 애착, 공동체의 신뢰, 거리의 활기 등은 부차적인 요소로 간주되거나 간과되기 쉽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숫자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숫자는 여전히 도시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필수적인 도구입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를 유일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 그것이 보여주는 단편적인 모습을 도시의 전부라고 여기는 태도를 경계하는 것입니다. 지도를 현실 그 자체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과 같습니다. 따라서 도시를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숫자가 보여주는 정보에서 출발하되, 그곳에만 머무르지 않아야 합니다. 높은 인구밀도라는 숫자 너머에서 ‘사람들은 그곳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높은 주택 가격이라는 숫자 이면에서 ‘그곳에 살기 위해 무엇을 감수하고 있는가?’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러한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정량적인 지표를 넘어, 도시를 구성하는 다양한 질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활동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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