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두 얼굴, 우리는 어디에 서 있는가

by 문지훈 Jihun Mun

이 시대에 가장 매력적이고 활기찬 도시는 어디일까요? 우리는 저마다 뉴욕의 마천루와 브루클린의 창의적인 에너지, 파리의 유서 깊은 거리와 예술적 분위기, 런던의 금융 허브로서의 역동성, 혹은 전통과 첨단이 완벽하게 공존하는 도쿄의 풍경을 떠올릴지 모릅니다.


실제로 매년 세계 유수의 기관들은 다양한 잣대로 도시의 힘과 매력을 측정하고 그 순위를 발표합니다. 경제력과 연구개발 역량, 문화적 상호작용과 교통 접근성 등 도시가 가진 ‘자력(Attraction)’, 즉 전 세계의 사람과 자본, 기업을 끌어당기는 힘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도 하고, 안정성, 보건, 교육, 기반 시설을 중심으로 도시에서의 평온한 삶의 질을 측정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평가들은 해마다 조금씩 순위 변동은 있지만, 늘 우리에게 익숙한 소수의 글로벌 도시들을 최상위권에 올려놓으며 그들의 성공을 증명합니다. 이들이 가진 공통점은 명확합니다. 전 세계의 인재와 자본을 끌어들이는 혁신의 용광로이자, 새로운 기회가 샘솟는 가능성의 땅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성공의 풍경은 비단 해외 도시들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도시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계적인 메가시티로 발돋움한 서울의 역동성은 물론, 해양수도로서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부산, 첨단 산업과 젊음이 넘치는 판교나 동탄 같은 신도시, 그리고 저마다의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수많은 지방의 거점 도시들까지, 우리 도시들은 지난 반세기 동안 압축적인 성장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해 왔습니다.


이 매력적인 도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현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집적(Accumulation)’의 힘일 것입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고층 빌딩과 첨단 R&D 센터, 끊임없이 움직이는 수많은 사람과 촘촘한 대중교통망, 다채로운 상업 및 문화 공간과 오랜 역사의 흔적이 밴 골목길, 그리고 무엇보다 수많은 기회가 교차하는 가능성. 이 모든 요소들은 한정된 공간에 높은 수준으로 모여 서로 부딪히고 얽히며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강력한 모임과 집적의 힘을 ‘밀도’라는 개념을 통해 이해하고 측정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도시는 과연 사람과 자원이 많이 모이고 높이 쌓일수록 더 좋아지기만 하는 걸까요? 우리가 선망하는 저 빛나는 도시의 풍경 바로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질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도시의 성공을 이끌었던 ‘집적’의 논리는 이제 전 지구적인 도전 과제와 우리의 고단한 일상이라는 두 개의 현실과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거시적으로,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위기는 기록적인 폭염과 국지성 호우가 되어 대도시의 높은 에너지 소비와 불투수성 지표면의 취약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를 멈춰 세웠던 팬데믹은 높은 인구 밀집도가 얼마나 큰 사회적 리스크가 될 수 있는지를 우리 모두에게 각인시켰습니다.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었지만, 동시에 비대면 문화의 고독과 디지털 격차라는 새로운 과제를 남겼습니다. 그리고 성장의 시대가 저물며 시작된 인구 감소와 초고령화는 도시의 지속가능성에 근본적인 물음표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대한 위기들은 우리의 평범한 일상으로도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청년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집값에 내 집 마련의 꿈을 멀게만 느끼고, 중장년층은 매일같이 왕복 두세 시간의 장거리 통근에 시달리며 일과 삶의 균형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노년층은 빠르게 변하는 디지털 환경과 복잡한 교통 시스템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안전한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각박한 경쟁 속에서 이웃 간의 따뜻한 유대감은 희미해져 갑니다. 도시가 우리에게 약속했던 풍요로운 삶의 기회는, 어쩌면 그 기회를 붙잡기 위해 감내해야 할 여러 어려움 속에서 점차 그 빛을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도시의 근본적인 딜레마와 마주하게 됩니다. 도시의 성공과 매력을 만들었던 높은 수준의 밀도가,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우리가 겪는 문제들의 원인과 깊숙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마치 사람의 건강을 판단할 때, 몸무게나 키 같은 양적인 수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것과 같습니다. 체중이 많이 나간다고 해서 반드시 건강한 것이 아니듯, 도시 역시 인구가 많고 건물이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도시라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활력, 관계, 정신적인 만족감 등 질적인 측면을 함께 보아야 건강을 제대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도시의 양적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더 많은 사람, 더 높은 건물, 더 많은 개발. 산업화 시대에 이는 분명한 성공의 방정식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 우리가 오늘날 마주한 것이 끝없는 경쟁과 소외감, 환경 문제라면, 이제는 밀도의 ‘질’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져야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통계상으로는 소멸위험지역이라는 삭막한 이름표가 붙는 지방의 작은 도시는 양적 밀도가 낮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곳을 찾는 이들은 오히려 넉넉한 공간과 따뜻한 공동체, 고유한 문화 속에서 대도시가 줄 수 없는 풍요로움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반면, 수많은 오피스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은 어떤가요? 양적 밀도는 최고 수준이지만, 주말이면 텅 비어버리는 유령 도시가 되기도 하고, 각박한 경쟁 속에서 이웃과의 교류는 단절된 외로운 섬이 되기도 합니다.


결국 문제는 우리가 어떤 종류의 밀도를 추구해 왔고, 어떤 종류의 밀도를 놓쳐왔는지에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제 양적 팽창을 넘어, 우리 삶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하는 ‘질적 밀도’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입니다.


이 모든 이야기는 결국 우리를 하나의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끌고 갑니다.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가 가진 ‘두 개의 얼굴’에 대한 질문입니다. 한쪽 얼굴은 기회와 혁신, 풍요와 역동성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다른 한쪽 얼굴은 경쟁과 소외, 환경 문제와 불평등이라는 깊은 그늘에 잠겨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두 얼굴은 서로 다른 두 개의 도시 이야기가 아니라, 놀랍게도 하나의 도시,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도시의 양면인 것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도시의 빛나는 얼굴만을 바라보며, 그것을 더 크고 화려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그 빛이 강해질수록 그림자 또한 짙어진다는 평범한 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도시의 어두운 얼굴을 외면하는 대신, 그 원인을 정직하게 들여다보고, 두 얼굴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찾아가려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 글은 도시관측 챌린지 활동을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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