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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다 몽골 고비 #00

달리고 또 달려도 푸르공은 땅도 하늘도 벗어나지 못했다

by MJXVI



단 한 장의 사진으로 몽골 여행을 결심하게 되었다. 나는 단어보다 이미지를 먼저 상상하는 악질적 글 바보다. 하지만 내가 본 사진의 주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이렇게라도 전달하고자, 또 다른 한 사람이 몽골의 고비 사막에 닿을 수 있도록. 부족하지만 내가 받은 위로에 대해 글을 써본다.







몽골 도착 10분 전



나는 25개국(70개가 넘는 도시)을 여행하면서, 비행기 안에서의 설렘과 기대보다는 현실 로그아웃과 수면 보충에 초점을 맞출 만큼 여행지에 대한 예의가 없어졌다. 그런 나를, 몽골은 첫 만남부터 넓은 초원과 커다란 무지개로 편안하게 안아주었다.


5박 6일 동안 거의 변하지 않은 푸르공 차창 넘어 풍경






끊임없는 이동과 풍경


스물여덟 한국. 정신적으로 크게 힘들건 없었다. 그렇다고 마음이 아프지도 않았다. 흔한 야근에 조금 지치긴 했지만 다른 사람도 다 그럴 테니까 했다. "열심히", "노력"하고 "성장"하면 보다 나은 "미래"가 있을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세뇌 시켰다. 꽤 괜찮았다.



DAY1 Ulaanbaatar

7박 8일동안 본 풍경 중 가장 큰 인파

DAY2 Bag gazriin chuluu

돌산이 머금은 작은 숲과 오래된 사원

DAY3 Yol valley

일년에 반 이상이 얼어 붙은 협곡

DAY4 Khongor sand dune

돌산 아래 다소곳이 자리잡은 사막

DAY5 Bayan zag

미니 그랜드캐년이라 불리지만 그 무엇보다 크고 붉은

DAY6 Erdene dalai village

낯선 이방인을 흔쾌히 맞이하는 몽골 사람들

DAY7 Ulaanbaatar

울란바토르에 도착하기 30분 전




하지만 위의 7박 8일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일정을 통해 내가 처음 배운 건 "꽤 괜찮은 것과 괜찮은 것은 다르다."이다.








зүгээр дээ, зүгээр дээ
(zügeer dee, zügeer dee)



나의 몽골 가이드이자 친구인 운드라가 말하길 한국 사람이 "빨리빨리"를 말한다면, 몽골 사람은 "괜찮아 괜찮아"를 말한다고 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물리적· 물질적 피해를 끼쳤을 때를 제외하고, "괜찮아"라는 말을 들어본 기억이 있나?


현대인의 필수 요건이 되어 버린 "(타인에게 증명받기 위한) 자기개발" 과정에서의 부족함에 사람들은 "괜찮아" 보단 "힘내", "더 노력하면 되지", "그래도 되겠어?",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을 하고, 나는 맥이 빠진다. 하지만 나의 상황과 감정을 공감하고 이해한 "괜찮아"는 눈물이 날 만큼 서러우면서도 힘이 된다.


아이폰으로 마구 찍은 사진들과 부족한 나의 글 솜씨로 몽골의 "괜찮아"를 설명하기가 참 힘들다. 머리 속에 있는 그 많은 이미지들을 형용할 수 없어 안타깝다. 하지만 몽골은 분명 나에게 "괜찮아"를 가르쳐 주었다.

한국에서는 짜증 나고 이미 육두문자가 튀어나왔을 법한 수많은 상황에서도 나는 스스로 "괜찮아"했다.







"괜찮아"했던 이야기들을 다음 블로깅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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