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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작은 배를 타고

작지만 부지런한 친구

by MJXVI



재작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타타미가 있는 작은 방을 빌렸었다. 부모님 없이 동생들과 떠난 첫 번째 여행.

타타미는 일본 영화에서나 본적은 있지 실제로는 처음 봤던. 눈으로 보긴 좋았지만 새로 깐 타타미의 그 냄새는 너무나 낯설고 조금은 불쾌했다. 그래서 그 후 동생들과 내게 좋아 보이지만 불편한 것은 "타타미"로 불리곤 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선 "덕링"을 만났다. 홍콩 앞 바다를 유유자적 떠돌아 다니는 배들을 보며, 우리는 저 배를 꼭 타야한다며 한국보다 10도 이상 더워 눈조차 뜨기 힘들었던 홍콩을 티켓을 사기 위해 20분 가까히 헤맸던 것 같다.




선착장에서의 기다림. 먼 곳에서 빨간 돗을 단 배 두대가 오고 있었다. 큰 배 뒤에 열심히 따라오던 작은 배. 나와 동생은 그 작은 배를 보며 비웃었다. 저 작은 배는 뭘까.


하지만 우리의 배는 그 작은 배 덕링이었다. 이내 비웃음을 후회하며 그래도 작은 배만의 매력이 있을거라며 작은 파도에도 흔들리는 덕링에 올라탔다.





100년이 넘은 배 덕링은 홍콩 앞바다에 떠 있는 어느 배보다도 작았고, 파도에 크게 흔들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1시간 동안 다른 배들과 같은 코스를 움직였다. 또한 우리를 제외한 손님은 고작 3명. 가장 좋은 명당에 반쯤 누워 그 한 시간을 오롯이 홍콩에 집중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는 역시 용의 꼬리 보단 닭의 머리지 낄낄하며, 1의 거짓도 없이 순간 순간을 즐겼다.

비록 애초에 우리가 타고자 의도했던 그 큰 배가 아니었어도, 작은 파도에 흔들려도 우리에게 추억을 준 친구는 덕링이다.





이후 이어지는 홍콩의 일정 중에서도 우리는 바다에만 가면 눈으로 덕링을 찾곤 했다.

앞으로 안 좋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즐겁고 좋았던 것으로 "덕링"을 부르게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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