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고 또 달려도 푸르공은 땅도 하늘도 벗어나지 못했다
Day 3 욜링암 [Yol Valley]
Gobi Gurvansaikhan National Park
베테랑 운전기사도 길을 잃을 수 있다
3일째 아침, 짧은 일정으로 하루 동안 300km를 넘게 이동해야 하는 우리는 추운 새벽부터 일어나 어제 사 두었던 식수로 머리를 감는다.
차멀미가 심한 난 아침부터 멀미약을 챙겨 먹고 호기롭게 푸르공에 탑승한다.
또다시 이어지는 초원. 한국에선 볼 수 없는 광경을 최대한 눈에 담고자 차창 넘어를 확인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에 잠에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 날 눈을 떴을 때 이상하게 익숙한 마을이 눈에 보인다. 내가 잠든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도 가져보지만, 그리 크지 않은 마을. 이내 이상함을 느끼고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우리의 베테랑 기사 비얀바가 길을 잃어 헤매는 중이라고 한다.
그 말을 듣자마자 웃음부터 새어 나왔다. 베테랑 몽골 운전기사가 길을 잃다니 신기하면서도 헛웃음이 나왔고, 오히려 지금까지 길을 잃지 않았던 것이 더 대단할 정도였다. 또 얄궂게도 내가 놓친 풍경이 그리 많지 않음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에 배려와 위로가 있다
길을 달리고 또 달리다 점심을 먹기 위에 멈춘 초원. 밥을 먹고 놀던 동행 오빠 중 한 명이 어느 동물의 것인지 모를 뼈를 주어왔다.
초원에 완전한 모습의 뼈가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했고, 무료한 우리에게 뼈는 좋은 모델이 되어주었다.
우리의 친구라며 열심히 푸르공에 태웠던 뼈순이. 후에 같은 곳을 지나가게 되었을 때 가이드 운드라는 원래 몽골인들은 그 뼈의 주인이 잠든 그 땅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절대 그 뼈를 옮기지 않는다는 말을 하였고, 근처에 뼈순이를 두고 갈 것을 제안하고 난 그렇게 하였다.
뼈의 영혼이 쉬지 못하게 괴롭혔던 탓일까, 나는 뼈를 주운 날과 그다음 날 많은 고생을 하였다.
조금만 고개를 들면 보일 아름다움이 있는데, 나의 고통에 바닥만 쳐다본다
오전에 길을 헤맨 탓일까, 저녁 6시가 넘어서야 Yol Valley 초입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길은 이틀 동안 온 그 어떤 길 보다 험했고 푸르공은 요동쳤다.
아침에 먹었던 멀미약은 이미 약 기운을 다 했고, 나는 배꼽에서부터 올라오는 헛구역질을 겨우 참으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차가 멈추자마자 그나마 사람이 없는 곳을 찾아 뛰어간 후 토를 했다... 그 후에도 한참을 눈물을 겨우 참고 일어섰을 때, 내가 Yol Valley에 큰 실례를 했다는 생각이 들 만큼 그 모습은 평화롭고 웅장했다.
초입부에서 손으로 만든 갖가지 인형을 구매한 후 20,000투그릭을 내고 나의 발이 되어줄 말 훵고르 위에 올라탔다.
차가운 물에 고통마저 씻어 내려주는 Yol Valley
욜링암은 8월까지도 얼어붙은 계곡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Iced Field라고도 불리는 이곳을 훵고르를 타고 노니는 나의 모습이 멀리서 보면 신선 같지 않을까 라고도 잠시 생각했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훵고르에서 내린 후 더 좁아지는 협곡에서 물에 젖지 않겠다고 폴짝폴짝 뛰어다니는 내 모습은 분명히 망나니에 더 가까웠을 것이다.
달빛에도 그림자가 내리는 밤
욜링암에서 그리 멀지 않았던 그 날의 베이스캠프. 분명 전기가 들어오는 게르라고 했는데, 발전기는 고장 나고 우리의 게르에만 빛이 들지 않았다. 투덜거리던 것도 잠시 뜨거운 난로에 들어오는 온기에 또 입을 다물었다.
새벽 한 시. 게르 바깥으로 나간 우리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밝은 달빛에 한번 놀랐고, 그 달빛에 생긴 우리의 그림자에 두 번 놀랐다. 일교차가 어마 무시한 몽골에서 우리는 한참을 그림자를 찍으며 미친 듯이 놀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