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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ino de Santiago - Day 2

St. Jean Pier de Port - Roncevalles

by MJXVI


오늘의 일정

6:30 출발 2:05 도착


0km Saint Jean Pier de Port - 오르막

5.2km Hunto - 오르막

7.9km Orisson - 엄청 오르막

24.9km Roncevalles- 오르막 후 5km 평지 5km 급격한 내리막


총 소요 비용

37.5 euro


푸드 트럭 핫초코 : 2 euro

Orrison - 또르띠아, 에스프레소, 콜라 : 8.5 euro

Roncesvalles Albergue: 숙박 12 euro, 조식 5 euro, 석식 10 euro(조식은 아침 7시 부터이며 3.5 euro 짜리도 있음)


알베르게 정보 : Roncesvalles Albergue

총 183명 수용

이메일을 통해 최소 5일 내 예약 가능 (info@alberguederoncesvalles.com)

세탁 3.5 euro (손세탁 하는 공간 별도로 마련되어 있음)

탈수기 사용 가능 - 도네이션

전체 2층 침대로 깔끔한 편

한층에 약 100 명이 있지만, 여성 샤워실과 화장실은 각 3칸(비슷한 시간에 도착해서 기다려야 함...)

조식 3.5 euro(빵, 커피), 5 euro(빵, 커피, 햄, 치즈, 머핀, 과일)

석식 10 euro(페레그리노 식단으로 수프, 바게트, 마카로니 파스타, 메인 디쉬 제공)


내가 이상하게 걷나 보다... 다른 사람들은 25km 정도 건데...


안개 속을 걸으면서


애초에 출발하려 생각했던 Roncesvalles에 꼬박 하루가 걸려 도착했다. 버스를 타고는 30분도 안 걸렸던 길을 약 7시간 30분을 걸어 다다랐다.


말로만 듣던 피레네, 시작 전부터 두려움이 앞섰기에 애초에 Roncessvalles에서 출발하려 했던 것이다. 졸다가 버스에서 못내려 출발지가 된 생장. 스스로 타협을 본 것이 짐을 마을에서 마을로 옮겨주는 동키 서비스이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길을 말하자면 “어제 졸길 참 잘했다!”이다.



어스름한 새벽 출발한 순례길.

길 위에서 만난 한국 분들과 이야기 하다보이 7시가 좀 지나자 해가 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아름답다는 피레네 산맥은 오전 8시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했고, 내 50m 앞에 가는 사람이 안 보일 정도였다.


처음엔 아쉬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멀리까지 온전히 볼 수 없다는 것이.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안개가 내린 덕에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었고 덜 지칠 수 있었다.


가장 힘들다는 첫 날. 가장 험하다는 첫날.

이 정도면 참 좋았다.


Orrison


첫 마을 Hunto를 지나쳐 7.9km 지점인 Orrison까지 가서 이른 점심을 먹었다.

감자와 계란, 베이컨 등으로 만든 또르띠아는 정말 맛있었다.



계속해서 안개길을 걷다 보니 머리에는 이슬이 맺혔고 조금 으슬으슬하기도 했다. 그래도 첫날이라는 즐거움으로 느리지만 계속 걷다보니, 프랑스와 스페인 접경 비석(?)이 나왔다.


길을 가다 보니 말 떼가 길을 점령하고 나를 위협하기도 했고, 15km 이후 부터는 골반도 아팠다. 마지막 3.6km 내리막 길을 걸어갈 땐 화장실은 급하고 다리는 말을 안 듣기 시작했다.


3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날 지나쳐 갔고, 그 사람들의 체력과 속도에 감탄했다.


6년 전이었다면 나의 몸 상태와 체력에 자괴감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 산티아고의 매력과 나 스스로에게 실망한 많은 것들을 기억하고 있기에.


빨리 갈 사람은 가고, 나처럼 기어갈 사람은 기어가면 되지. 라는 마음으로 느리지만, 정말 70대 이상을 제외하곤 다들 나보다 빨리 걸어 나가지만.

꾸준히 잘 걸었다.


그들의 산티아고와 나의 산티아고는 다르다.

나와 그들도 다르다.

같은 것을 느끼고 빨리 걸을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을 느끼고 느리다고 해서 길을 제대로 걷지 않은 것은 아니다.



Buen Cam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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