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대중음악의 청중들이 ‘이 음악 편곡이 좋다,’ ‘더 신선하게 편곡되면 좋을 텐데..’라는 등의 선율이나 가사에 대한 평가보다 해당 작품의 악기 매체, 구성 그리고 다이내믹 등을 표현하는 ’편곡‘에 대해서 더 자주 언급되고 있다. 편곡 작업은 작곡과 비슷하면서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작곡가가 작품 전체의 선율과 화성을 구성하면 편곡자는 여기에 색깔을 입히는 역할이라 생각하면 된다. 구체적으로 노래 전반의 사운드를 디자인하거나, 전주, 간주, 후주와 같은 멜로디 중간의 연결을 어떻게 할 것인가, 또 어떠한 악기를 활용해서 곡을 더 돋보이게 할 것인가 등의 작업을 하며 나아가 드라마틱한 요소를 적절히 배치해 곡 전반의 기승전결을 통해 완전한 한 ’작품‘으로 거듭나게 한다.
작곡가가 작곡과 동시에 편곡하는 일이 일반적이지만, 최근에는 작업의 세분화로 편곡자의 역할을 더 중요하게 되었다. 매체가 발달하고 다양한 창작물이 쓰나미처럼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혼자만의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있으며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협업을 통해 이 문제를 극복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편곡’ 작업이 ‘작곡’보다 훨씬 중요해졌다. 이를 증명할 명확한 근거는 없지만, 내 나름대로 그간의 활동을 통해 쌓아온 경험치로 추론해 보자면, TV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슈퍼스타 K'를 시작으로 ‘미스터 트롯’까지 이어지는 음악 대결 프로그램은 아마추어 가수뿐만 아니라 인기 아이돌 심지어 잊힌 옛 스타까지 새로운 스타 등용문이 되었다. 이때 시청자를 듣는 즐거움을 위해서 새로운 창작곡도 아니고 가수 본인의 곡도 아닌 이미 발매된 다른 가수 노래를 주요 레퍼토리로 사용한다. 그 노래들은 이미 음악 시장에서 어느정도 검증되었기에 이를 더욱더 극적으로 ‘편곡’하는 것, 그것이 청중의 귀를 자극하며 거기에 가수 개인의 스토리텔링까지 엮으며 감성까지 자극한다. 이러한 기성품을 새 상품으로 재생산하는 것은 대중음악 시장의 또 다른 수익 창출 구조라 할 수 있다.
새로운 곡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첨가 위한 편곡 작업보다 이제는 완전히 ‘리메이크’를 위한 편곡 작업이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중음악에서 등장(신곡) -> 쇠퇴(대중에게 잊힘) -> 재등장(리메이크)이라는 구조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7080음악이 여기에 해당된다.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7080 음악 같은 경우는 청중의 주된 경제활동 계층이 되면서 그들의 여가생활의 욕구에 의해 다시 인기를 얻은 것이라면, 지금의 현상은 철저하게 미디어 세계에서의, 음악을 통한 경쟁을 위해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경쟁을 위한 음악적 도구가 ‘편곡’으로 그 작업은 흘러간 옛 노래에 새로운 옷과 노래하는 이야기를 붙이는 또 다른 창작의 작업이다. 지금의 재생산된 음악의 소비구조가 가중된 시점에서 편곡의 음악 행위는 더 많은 아이디어가 필요하며, 그 역시 또 다른 경쟁구도로 이어질 것이다. 때문에 기존의 곡을 독창적이면서도 독특하게 바뀌는 역량 역시 앞으로 더 필요한 음악가의 자질이라 할 수 있다.
2025. 3.13
** [글-콘]은 뮨지션의 ‘음악 글쓰기‘ 프로젝트로 ‘콘서트’라는 음악 고유의 활동을 ‘글’로써 시도해 보고자 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는 음악의 다양한 의미와 그 가치를 쉬운 언어로 소통하고자 기획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