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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쓱 Nov 12. 2020

독립출판물을 파는 마음

요즘 독립출판물 입고가 늘었습니다. 

오픈하고 직후에는 제가 신경을 많이 쓰지 못할 것 같아서 거래하기에 편한 대형 유통 업체에서만 책을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조금씩 여유가 생기며 독립출판물을 들여놓기 시작했습니다.


일반적인 책은 [작가 - 편집자/출판사 - 유통업체 - 서점]의 과정을 통해 독자를 만납니다. 

하지만 독립출판물들은 [작가 - 서점]으로 압축됩니다. 

출판사가 있더라도 작가가 직접 설립한 1인 출판사인 경우가 많고요. 


독자의 입장에서 독립출판물을 볼 때에는 책의 내용에서 작가의 개성이 두드러지는 것이 특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서점을 운영하게 되니 유통 과정에서 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도서 유통 업체에 책을 주문하면서 3주 동안 두 번 문제가 있었습니다. 


1. 구겨진 책 발송

 <사랑하는 안드레아>를 주문했는데, 속지가 반으로 접혀있었습니다. 너무 뚜렷한 오류를 확인하지 않고 배송한 것에 화가 났습니다. 게다가 반송시키는 수고로움까지 더해졌습니다. 하지만 뭐, 그냥 택배 보내러 가면서 바깥바람 쐬었다고 생각을 바꿔봤습니다. 


2. 주문한 책의 권수와 차이

제가 주문한 책은 6권인데, 5권이 배송된 것이었습니다.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한 권은 재고가 부족했거나 파본이어서 못 보냈을 거라고 답했습니다. 제가 주문한 것과 다르게 상품을 보낸다면 미리 말을 해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라는 (꽤나 합리적인)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어지간한 일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에서는 최선을 다하지만, 타인과 주고받는 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그러려니~' 합니다. 최대한 제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서 이런 일들에도 별생각 없이 '그러려니~'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독립출판물 입고를 받으면서 차이가 크게 느껴졌습니다. 

독립출판물 작가님들은 자신의 책을 입고하기 위해 먼저 서점에 메일을 줍니다. 

그러면 저는 책방에 어울릴 것 같은 책이면 입고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책방의 입고 조건 안내를 드려요.

그 조건이 괜찮다고 생각하시면 작가님은 직접 책을 포장해서 보내주십니다.  

우체국 택배, cj 택배 등 작가님들이 이용하는 택배사도 다양합니다. 


그리고 택배 상자를 푸르면 꽁꽁 싸매진 책들이 있습니다. 

조금의 생채기도 용납할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담은 포장입니다. 

때로는 거기에 초코 과자가 함께 있기도 하고요, 작가님의 손편지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작은 상자의 구석구석까지 자신의 책을 잘 부탁한다는 마음이 가득 차 있어요. 


그런 포장을 보면 저도 덩달아 귀하게 모시게 됩니다. 


책을 좀 더 열심히 팔고 싶어 져요. 



책방에서 독립출판물이 많이 팔렸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더 많은 독립출판물 작가님들의 정성스러운 택배를 받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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