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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쓱 Nov 11. 2020

책방 주인은 히어로가 아냐

사람은 자기와 관련된 것에 더 주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책방을 하고 있어서 어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볼 때, 서점이나 서점 주인이 나오면 더 집중하게 됩니다. 


줄리아 로버츠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책을 구매했던 <노팅힐> 속 서점, 

<비포 선셋>에서 줄리 델피와 에단 호크가 만난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맥 라이언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던 <유브 갓 메일> 속 서점, 

걷기만 해도 위로가 될 것 같은  <모리사키 서점의 하루하루> 속 일본 진보초 헌책방 거리, 

드라마 <뷰티 인사이드>에서 서현진과 이민기가 마지막에 상봉하며 끌어안던 인천의 한미서점 등등


영화나 드라마에서 서점이 사건이 일어나는 '무대'로 많이 등장한다면,

소설 속에서는 서점 주인이 조력자 캐릭터로 많이 등장합니다.  


원래 소설이 원작인 <모리사키 서점의 나날들> 속 다카코는 실연의 아픔을 겪고 있을 때, 헌책방을 운영하는 외삼촌에게서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헌책들을 읽고 만지며 아픔을 치유해요.

한정현 소설 <줄리아나 도쿄> 속에서는 깊은 상처를 입은 한주가 일본의 아사쿠사바시에서 떠돌고 있을 때, 꼬치를 구우며 책방을 운영하는 노인의 집에서 신세를 지며 일본에서 살아갈 기력을 얻게 됩니다. 

최근에 읽은 <섬에 있는 서점>의 주인공 에이제이는 서점을 운영해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실제로 떨어진 건 아닙니다...ㅎ) 아이를 자기가 맡아서 키우기로 결심하죠. 


이렇게 책 속 서점 주인들을 읽다 보면 의문이 듭니다.


왜 다들 남을 돕는 거죠? 


물론 제가 서점 주인이라 그런 장면만 보이는 거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왜 책방 주인들은 다 어려움에 처한 사람을 그냥 안 넘기는 건가요?

꼭 자기가 아니라도 해결해 줄 사람이 있는데 말이죠!


저는 서점을 운영하고 싶은 거지, 히어로가 될 생각이 없는데 서점 주인은 자꾸 그런 이미지가 됩니다.


책장사도 장사라고요! 

장사꾼은 이윤을 따지며 수익을 내는 것이 본성이잖아요.


하지만 책의 공급률이 70% 인 걸 알면서도 책 장사를 시작하는 걸 보면, 

애초에 서점 주인은 장사를 할 마음이 없는 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들 땅 파서 장사하세요?


갑자기 울분이 터져서 '내가 서점 주인은 착하다는 편견을 깨주겠어!'라고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어젯밤, 언니가 제 방에 와서 그럽니다. 

언니의 지인이 독립서점 몇 군데에서 인터뷰를 했는데, 

서점 주인들은 하나같이 개성이 강하지만 공통점이 딱 두 개 있다고. 


첫째, 자기 일을 하며 행복해한다. 

둘째, 월세 날을 두려워한다. 


역시 서점 주인은 히어로가 아니었어요. 


무서워하는 게 있잖아요?


하지만 자기 일을 하며 행복해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입니다. 

덕분에 남을 돕는 일에 너그러워질 수 있는 것 같아요. 



instagram @pattern.books

책방 홈페이지

 https://patternbooks.imweb.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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