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을 오픈한 지 3주 하고, 4일째.
책 판매 최고 기록을 세웠습니다.
문을 열고도 한참 동안 손님이 없는 날에는 언니에게 장난처럼 카톡을 보냅니다.
"언니, 지금 6시간째 한 명도 안 왔어. 아무래도 오늘이 '그 날' 인가 봐!"
'그날'은 바로 매출 0원인 날입니다.
독립서점을 준비하며 관련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책 속의 서점 사장님들은 오픈 초반에는 손님이 한 명도 없는 날이 많아서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행히도 아직 저희 책방은 한 명도 안 온 날은 없었습니다.
책만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도 팔다 보니, 책 손님이 없어도 커피 손님은 한 명이라도 있었어요.
정말 한 명만 오기는 했지만요...ㅎ
어쨌든, 매출이 0원인 날은 아직 없었습니다.
장난스럽게 이야기하지만 언젠가 오게 될 '그날'을 대비해서 마음을 단단히 챙겨두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날이 먼저 왔습니다.
아침부터 책 손님이 있었습니다.
한 분이 오셔서 <서독 이모>와 <우리가 우리를 우리라고 부를 때>를 사 가셨습니다.
둘 다 무거운 이야기여서 그런지 아직 한 번도 판매되지 않았던 책들입니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점심때쯤 또 한 분이 오셨습니다.
서가를 쭉- 둘러보시고는 책을 세 권이나 고르셨습니다.
모두 독립출판물이었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제가 먼저 "모두 독립출판물을 고르셨네요?"라고 했더니,
그분은 놀라면서 "그렇네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닌데."라고 대답했습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동안 독립출판물 판매가 부진해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독립출판을 하신 작가님들이 입고 문의를 해주셔도 제가 팔 자신이 없어서 거절하고 있었거든요.
앞으로도 열심히 판매해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오후 4시쯤, 또 한 분이 오셨습니다.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고 멀리서 찾아오셨대요.
와... 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 봐주고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이 손님은 <섬에 있는 서점>과 <치즈: 치즈 맛이 나서 치즈 맛이 난다고 했을 뿐인데>를 구매하셨습니다.
지인이 아닌 사람들에게 하루에 책을 7권이나 팔다니...!
저는 아주 신이 나서 가족 카카오톡 방에 자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저녁 7시 반쯤, 인스타그램을 통해 DM(다이렉트 메세지)이 왔습니다.
8시쯤 책을 구매하러 올 예정이신데, 강아지와 함께 올 거라서 안에 들어오지 못할 것 같으니 미리 준비해줄 수 있냐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구매하고 싶어 하시는 책이 무려 8권이었습니다.
오후에 마지막으로 팔린 <섬에 있는 서점>을 제외하고 7권을 사셨습니다.
덕분에 오늘 총판매 권수 14권을 기록했습니다.
최고 기록을 세운 기념으로 놀러 온 친구에게 치킨과 맥주를 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날이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치킨집에 가는 길에 로또도 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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