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쓱 Mar 04. 2021

사랑이 너무 많아서 돈을 벌기가 싫어요

어제 낮에 오픈 초창기에 오셨던 손님이 오랜만에 방문하셨습니다. 지나가는 길에 빵을 주러 들르셨어요. 달콤짭쪼름한 소시지 패스츄리였습니다. 저녁 때는 이전에 선물하신다며 책을 포장해가셨던 손님이 오셨습니다. 포장을 잘 해줘서 고마웠다고 적힌 쪽지와 함께 쿠키를 주셨습니다. 


오늘은 단골 커플 중에 여자 분이 오셨습니다. 나가실 때 손편지를 주고 가셨어요. 책을 사면 커피를 주는 서비스가 남는 게 없을 거라고 걱정한 이야기와 함께 (다른 마음이 가득 들어간 이야기도 있고) 마지막에 'From. 무늬책방보존위원장'이라고 적힌 편지였습니다. 


저는 서점 주인을 직업으로 택했고, 책방을 직장으로 택했습니다. 마땅히 이 일을 통해 생계를 꾸려나가야 합니다. 하지만 자꾸만 더 주고 싶습니다. 감사한 마음이 너무 커서 뭐라도 하나 더 드릴 것이 없나 찾게 됩니다. 줄 것 없는 제 자신이 미워지고요. 


이 공간에는 제 마음이 담기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그리고 제 마음 위에 자꾸 다른 이들의 애정 어린 시선도 덧대어집니다. 이 공간을 지속해야하는데, 갈수록 그게 어려워집니다. 돈 벌 궁리는 안 하고 사랑 받는 것에 기분 좋아 꿀을 퍼 먹는 곰 같은 주인이 되었어요. 


너무 달콤합니다. 이 단 꿈에서 깨고 싶지가 않아요.


매거진의 이전글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