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빠지는 순
30년도 살지 않았는데, 거처를 꽤 여러번 옮겼다.
대학교에 입학했을 때부터 시작된 나의 유목 생활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고향 안산을 떠나서 서울에서 자취방을 옮겨다니고, 오사카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다시 가족이 있는 안산으로, 그리고 이제는 로마다. 다른 사람에게 말을 할 때는 '오사카' 혹은 '로마'라고 하지만, 혼자서는 더 협소한 범위로 생각한다. 왔다갔다하는 지하철 역이 기준이 된다.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 그리고 집에서 가까운 마트까지, 그 사이가 최소의 생활단위다. '내가 사는 곳'이다. 그리고 '내가 사는 도시'는 지하철을 타고 나갈 수 있는 곳까지다.
이렇게 사는 곳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든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은 나의 고향일까?
언젠가 읽었던 책에서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의 마음의 고향이 있다고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태어난 곳, 자란 곳이 고향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고향'이라는 것은 마음에 안정감을 주는 곳이다. 하지만 나는 안산이나 서울에서 안정감을 느끼지 못했다. 마음으로부터 계속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친구들은 역마살이 꼈다고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나는 아직 고향을 만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고갱이 노년에 타히티에 정착했던 것처럼, 나도 계속 머무르고 싶은 곳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품고 유목 생활을 하고 있다.
이곳에 온 지 두 달이 되었다. 4월 4일, 서늘할 때에 왔는데, 어느새 무더운 6월이 되었다. 사람도 집도 모두 낯설었는데, 지금은 산책을 다니는 거리도 생겼고 단골 커피 바도 생겼다. 인간이라는 동물답게, 이곳에 적응했다. 아직 애정을 가졌다고 하기는 어렵다. 애정이 노력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판단을 하기 전에 충분히 들여다보는 예절은 필요하다.
그래서 매일 이 도시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날이 따뜻해지고부터 정말 열심히 걸었다.
'내가 좋아할 곳일까?'라는 거만한 겁쟁이의 마음으로 걷기 시작하면, 곧 입을 벌리고 카메라를 들게 된다.
'여기는 언니가 오면 데리고 오고 싶은 곳'
'여기는 매일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곳'
'여기는 나 혼자 알고 싶은 곳' ...
돌아다니다 발견하는 나의 취향에 맞는 장소가 로마이고, 나의 동네다.
솔직하게 인정해야겠다.
사랑이 어떤 것인지 모르지만, 아주 순조로이 이 도시에 사랑에 빠지고 있다.
그래서 내가 사랑에 빠진 순간들을 앞으로 소개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