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 3일의 피렌체 여행 2편
2019.09.21 AM7:10
피렌체 시내 투어를 듣기 위해서 시뇨리아 광장으로 향하고 있다. 날이 춥다. 가을 아침 중에서도 좀 추운 날이다. 시간이 있고, 마음이 가득 차서 시를 썼다.
언제나 계절에 민감한 사람
소정아, 오늘 아침 해를 보았니?
하늘을 보며 가을을 떠올리는 건 모두 우연일 거야 해를 보려 고개를 들었는데 우연하게도 하늘을 보고 가을이 왔다는 걸 안 거지 파란 가을은 소리 없이 와서 서프라이즈! 하는 거야 깜짝 놀란 얼굴은 붉게 물들겠지 아, 가을은 어쩌면 네가 숨겨 놓은 선물일지도 모르겠네
너에겐 이미 찾아온 계절을 나는 이제야 발견했어 뭐가 바쁘다고 모르고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무던해져 버린 걸지도 몰라 그렇게 수없이 예민하게 날을 세우고 살자고 다짐해놓고서 너를 떠나와서 나는 그 칼날을 숨길 수밖에 없었어
그것도 아니라면 내 마음에 쌓인 향수(鄕愁)가 눈 앞을 가리고 있었나 봐 그리움을 치우니 보이는 건 가을이야
너는 이제 겨울을 준비하고 있겠지 먼저 가서 밤을 줍고 있을래? 나는 한 발짝 뒤에서 쫓아갈게 대신 겨울이 오면 고구마는 내가 찔게 목이 막히면 말하렴 어머니가 여름에 담가 두신 매실청이 있을 거야
2019.09.21 PM 16:10
피렌체 시내 투어가 끝나고 조토의 종탑에 올라갔다. 피렌체의 풍경을 위에서 둘러본 뒤 점심을 먹으러 갔다. 피자 한 조각과 스프리츠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피곤한 몸에 술이 들어가서 그런지 다 먹고 나자 몸이 노곤 노곤해지고 움직일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그 길로 바로 숙소로 와서 씻고 침대에 누웠다. 술에 약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석양이 지는 풍경이 아름답다는 미켈란젤로 언덕, 야경이 아름답다는 베키오 다리를 모두 포기했다. 사실 5년 전의 피렌체 여행에서도 나는 미켈란젤로 언덕에 가지 못했다. 그곳에 있는 다비드 상 대신 시뇨리아 광장의 다비드 상과 아카데미아 미술관에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원작을 봤으니 괜찮다고 합리화했다. 하지만 사실 미켈란젤로 언덕에는 다비드 상 때문에 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정말 말도 안 되는 변명이었다.
어쨌든 합리화에 성공하고 누워서 <메디치: 마스터즈 오브 플로렌스>를 보기 시작했다.
피렌체로 오기 하루 전 새벽에 1화를 봤는데, 피렌체에 오니 메디치 가문을 알고 싶은 마음이 더 커졌다. 책은 로마에 돌아가서 읽기로 하고, 일단은 드라마부터 봤다. 피렌체에 온 첫날 밤에 2화를 봤다. 그런데 이게 너무 재미있는 거다. 오늘 아침 투어만 없었어도 밤을 새워서 다 봤을 것 같다. 심지어는 메디치 가문이 나오는 꿈도 꿨다. 이런 걸 '덕통 사고'라고 하는 건가? 말로만 듣던 메디치 가문의 초상화를 우피치 미술관에서 보고, 그리고 드라마를 통해 살아 움직이는 배우들로 만나니(심지어 캐스팅을 찰떡처럼 잘했다!) 마음에 애정이 샘솟았다. 그리고 더 알고 싶어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아, 이 감정은 팬심이다.... 나는 안다.... 워너원의 옹성우 이후로 오랜만에 마음에 봄바람이 분다.
결국 하루 만에 나머지를 다 보고 시즌 2를 기다린다. 그전에 책을 읽으며 시즌 2를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