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에 오픈을 하고,
오늘은 유튜브 영상을 찍기 위해 분주하게 준비를 했습니다.
지난 주에 읽었던 책을 리뷰하는 영상을 찍을 계획이었습니다.
테이블 하나에 책들을 쌓아두고, 다른 테이블에는 카메라를 세워두었습니다.
그리고 녹화 버튼을 누르고 열심히 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손님이 들어왔습니다.
오늘 밖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볼이 빨간 채로 들어오시며 먼저 인사를 하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여기 카페에요?"
저는 어서 녹화를 중지하고 자리를 정리하며 인사를 했죠.
"네, 책방이면서 카페에요."
마침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책방에 대한 이야기와 책방에서 열리는 모임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어요.
저와 대화를 마친 후 그 손님은 서가를 구경하셨습니다.
그리고 블라인드 북 앞에서 멈춰서시더니 책 하나를 가리키며 질문하셨습니다.
"여기 써진 건 책 제목이에요?"
블라인드 북은 일부러 표지를 가리고 포장해서 판매하는 책입니다.
어떤 책인지 알 수 없어서 궁금하기도 하고,
표지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내용에 더 집중하게 되기도 합니다.
저는 예전에 친구에게 블라인드북을 선물 받고 힌트를 가지고 유추하며 즐거웠던 경험이 있어서,
저희 책방에서 블라인드북을 만들었습니다.
저는 어느정도 책 내용을 유추할 수 있도록
책 속에서 제 마음에 든 구절과 어떤 사람이 읽으면 좋을 지 앞에 써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글귀가 손님의 마음을 건드렸나봅니다.
'아픔을 직시할 용기가 필요한 당신에게' 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하셨습니다.
"저한테 필요한 책이네요."
그리고는 조심스레 눈물을 닦으며 이 책을 사가신 손님.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