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으로 커피를 엎질렀다

by 머쓱

와인 모임을 하기로 한 금요일이었습니다.


저녁 6시가 넘어서, 언니와 언니 친구가 책방에 왔습니다.

언니가 커피를 주문했어요.


모카포트에 원두를 넣고 미니 스토브에 포트를 올렸습니다.

1분쯤 지나서 보글보글 소리와 함께 커피가 완성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토브에서 포트를 꺼내려다가 그만,

그대로 앞으로 엎질러 버렸습니다.


엄청난 소리와 열기에 세 사람이 모두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앞에 서 있던 언니는 순발력 있게 옆으로 피해서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수습하려고 어서 닦을 것을 달라는 언니와 언니 친구 앞에서 저는 잠시 굳어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깜깜해졌고, 아무 생각이 안 났습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행주와 물티슈를 꺼내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좆됐다',

'난 왜 이렇게 조심성이 없지',

'언니가 피해서 다행이다',

'손님 있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

등등 커피를 닦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스쳐갔습니다.


어느 정도 수습이 되었을 무렵, 와인 모임 참여자들이 도착했습니다.

제 친구이기도 해서 그들에게 자랑했습니다.


이것 봐! 내가 방금 커피를 쏟았는데, 예술적으로 쏟았지?


IMG_1384.jpg


친구는 어떻게 딱 저렇게 엎었냐고, 대단하다고 동조해주었습니다.


저는 덤덤한 척을 꽤 잘하는 편입니다.

사실 '척'이 아니라 그래요.

그냥 반응이 느린 편이거든요.

하루가 지난 오늘 어제 쏟은 커피가 다시 떠오르면서 가슴이 쿵쾅거립니다.


어휴, 정말 큰일 날 뻔했어요.

앞으로는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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