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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Apr 05. 2022

2022.04.05

일기

회사를 옮겼고 생각보다 성과가 안 난다는 불안감이 있다.

성과가 안난다기보다, 전 회사에선 메인이던 내가 아직은 메인 자리를 기다리는 처지에 있다.

대표님은 그런 내게 매번 미안해 하지만, 메인을 할 수 없었던 여러가지 시간적 제약이 있었지만, 이제 내겐 그냥 하지 못했다는 사실만 남아 나를 괴롭힌다.

전 회사에선 내가 더 뛰어나 보였고 현 회사에서는 아직 나는 때를 기다리는 자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와 같이 이직을 한 사람들은 내가 별 생각 없이 메인 미니시리즈를 하고 있을 때 주목받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해 왔다. 이제 내 차례인가도 생각해봤다. 내가 겪지 않은 만큼의 공백을 이제서야 메꿀 때가 온 걸까?

한편으로는 나의 진실된 마음이 통하길 바란다. 다른 이들이 못되고 다른 생각을 품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냥…. 나는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데 통하지 않을 수도 있고, 생각보다 보여지는 것이 큰 비중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늘 한다. 그건 뭐, 내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나는 늘, 그런 것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고, 그냥 우연히 잘 맞는 연출을 만나 일을 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매번 운을 기대하기엔 나는 너무 착잡하다.


오히려 요즘 나는 그동안 별 생각 없이 승승장구(?) 해 온 것을 벗어나 나를 돌아보게 되었다. 오히려 글을 쓰고 책을 많이 읽게 되어서 좋다. 늘 갈망하던 것이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못하던 것을 아직 바쁘기 전에 하는 참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아마 바빠져도 짬을 내서 읽고 싶다. 그렇다. 나는 일에서 나를 떼어놓고 나 자신을 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무얼 하려는 것도 아니고, 정해진 것도 없다. 계획한 것도 없다. 하지만 그냥 이제부터 내게 좀 더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어쩌면 나는 이제껏 세상의 여성 홀대나 어린 연령 홀대를 무릅쓰고 우연히 운 좋게 그런 것 신경 안쓰고 잘 나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에 오니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그런 걸 떠나서 내 뜻대로 안 되던 사람들의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내겐 이런 시간이 어쩌면 꼭 필요했는지도 모른다. 그간 겪어온 것들이 쉽고 간단한 것이 아님을 깨닫기 위해서.


그냥 이런 글을 언젠가는 공개적인 계정에 쓰고 싶었다. 매번 일기처럼 쓰는 넋두리를 공개적인 페이지에 남기고 싶었다. 그러면 내가 일에 더 단단해져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일할 것 같아서? 그러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최선을 다 할 것이다. 그보다도 그냥… 이것뿐만이 아닌 다른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 시점을 기록하고 싶었다. 그간 일에서만 승승장구하고 인생에서는 서투른 결핍을 느꼈던 시간을 떠올려 본다. 뭐가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지금 이 시기는 좀 더 일에서 멀어져서 나 자신을 돌봐야 할 때라는 걸, 직감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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