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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다 Mar 01. 2022

내 안의 어린이

2022.03.01

(커버사진_합정 무대륙에서)



새해 다짐들을 다시금 다잡는 3월이 왔다.

온라인에 보면, 1월에 다잡고, 2월에 또 다잡고, 3월도 아직은 연초야 하며 다잡는다던데.

나는 연초에 일하느라 너무 바빴어서 다잡을 다짐도 없었다.

이제서야 하루에 글 하나씩 짧게라도 쓰기로 결심한 지 하루 만에 흐지부지 되려 해서 다잡는 중이다.

미흡하더라도, 초고에 가까운 글이라도, 다듬지 않더라도 일단 그냥 많이 꾸준히 쓰기로.

이 또한 내가 일이 바빠지면 못하겠지만, 그렇담 일 년에 분기라도. 아니 한 달이라도, 일주일이라도 해보자고.


2019년에 한 달 남짓 그렇게 글을 썼던 시간이 있었는데 너무나 좋았던 기억이 있다. 우연히 친구가 같이 하자고 한 경험수집잡화점의 50일 글쓰기가 그 시작이었다. 같은 친구가 알려준 한겨레 수업들도. 수업은 내가 욕심내는 바람에 여러 개를 신청했다가 점점 바빠지는 회사 일에 결국 흐지부지되고 말았지만… 그래도 그때 나름대로 글 쓰는 습관(아주 잠깐)이 들어 열심히 썼던 기억이 있다.


좋은 기억이 있으면 다시 하고 싶어지는 것 같다. 벌써 저게 2019년이라니. 내겐 일주일에 글 1개를 쓰겠다고 퇴근 후 카페를 찾아가 앉아 글을 쓰고 고치던 그 괴롭지만 행복하던 시간이 선명하다. 마침 그때가 한가한 시기였어서 칼퇴가 가능했기에 성사되었다. 내가 만약 늘 칼퇴하는 사람이었다면, 퇴근 후에는 폰이 조용한 일을 했더라면, 글을 더 많이 잘 썼을까? 그건 또 모르겠다. 다른 것들을 하기 위해 글쓰기는 저 멀리 미뤄뒀을지도.


일주일 코로나 격리 후 몸은 좀 아팠을지언정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서 참 좋다.

자꾸 무언가 써야지 하는 건, 다시 바빠지면 못 쓸 게 뻔해서 조급한 마음이 커서 그렇고,

일기를 쓰면서 내 생각과 마음을 정리하던 어릴 적 그때처럼 돌아가고 싶어서이기도 하다.

일에 치여 그냥 일만 바라보며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나는 나를 돌보지 못했다. 어릴 땐 화가 나도, 슬퍼도, 기쁜 일이 있어도, 아무 일이 없어도 늘 일기를 썼다. 그때 내겐 아무 일 없는 날이란 없었다. 고요한 하루였다 해도 늘 일기장엔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이 많아서 쏟아내기 바빴다. 그렇게 쏟아내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정리되고 마음이 차분해지곤 했다. 그 효과를 알면서도 일에 지쳐 일기를 안 쓴 지 그때의 내가 한 번 더 자랄 만큼 까마득히 오랜 시간이 흘렀다.


요즘 나의 화두는 아직 덜 자란 내 영혼을 잘 성장시키는 것. 일에만 몰두하다 보니 내 정신, 자아가 커리어만큼 못 따라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적으로는 어느 정도 쌓아나가는 중일지라도, 내면이 그와 동등하게 성숙하게 가고 있지는 않다는 느낌.

내 생각을 꿰뚫어 보듯 말한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샤이니의 키.

“저의 커리어에 대한 성장, 비즈니스에 대한 성장이 내면의 성장이랑 비례하지는 않더라고요.
… 스스로가 일을 굉장히 잘하는 어린아이 같이 느껴질 때가 많았기 때문에…
(중략) 지금 내가 나아가고 있는 속도와 내면의 속도가 맞는지 꼭 확인하시면서 본인을 되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좀 가지면서 일을 하면 (좋겠다.)”


정말 공감했다. 왜 나는 더 일찍 깨닫지 못했을까. 깨우칠 새 없이 지나왔다고 봐야겠지. 이제는 어떻게 해서라도 짬을 내어 내면을 다독이고 성장시키는 시간을 촘촘히, 틈틈이 만들어야겠다. 글을 자주 쓰려고 마음먹은 이유이기도 하다.

내 일을 잘하면 내 인생이 다 해결될 줄 알았다. 완성된 느낌은 없어도 내 일은 특별하니까, 내가 무진장 좋아서 하는 일이니까, 일로만 뾰족하게 자란 나를 납득해주겠지 싶었다. 나이를 먹을수록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성장한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일만 쌓아나갔더니 내면은 더 공허해졌다. 일에만 몰두하느라 아무것도 돌보지 못한 내 자신을 돌아보니 허무했다. 세상 돌아가는 데 관심이 없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 싫은 소리 못하는 타고난 심성 때문에 남들을 배려할 뿐, 실상은 내 얕은 경험과 얕은 통찰로 그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속으로 삐딱해질 때,  머나먼 곳에서 들리는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이야기엔 관심 가지면서, 정작 가까이에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무심할 때, 인생의 소소하지만 중요한 순간들을 마주할 때마다 바쁘다는 핑계 뒤로 숨을 때. 어느 날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 괜찮은 걸까?

그래서 올해는 내 안의 어린이를 잘 키우려 고군분투하는 나를 글로 담아보려 한다. 이번에도 2019년 때처럼 잠시 잠깐 글 몇 개 쓰다 끝날 수도 있겠지만, 일단 해보자!



아래는 키의 영상. 9분 36초부터 내가 깊이 공감한 그 이야기를 한다.

https://youtu.be/4_q9RLM0Oj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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