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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의 먼지 Sep 18. 2022

책, 들여다보기 #9.끼니




먹는 방법을 두고 참견하는 건 상대방을 피곤하게 하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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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먹는 방식에 대해 훈수를 두는 건 온당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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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참견이다. 우리는 모두 맛에 관한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이연복 쉐프나 최현석 쉐프의 혀가 초등학생의 혀보다 더 전문적이라는 보장은 없다. 그들은 음식을 만드는 전문가일 뿐이다 어떤 음식이든 내가 맛있으면 된 거고 내 입맛에 안 맞으면 고개를 돌리면 그만이다.   [본문 19p]

 


나쁜 사람은 아닌데 상대를 은근히 아프게 하는 인간 유형을 만나곤 한다. 서로 간 유지 해야 할 거리를 지키지 못하고 선을 넘나드는 인간형이다. 이런 사람을 상대하는 건 쉽지 않다. 친절하고 웃는 얼굴로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서다. 웃는 낯에 침을 뱉기란 결고 쉽지 않다.

그렇다면 상대방의 친절한 비수에 계속 찔려야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큰소리를 내기 어렵다면 '당신의 실언 때문에 상처 받았다'는 티를 명확히 낼 필요가 있다. 상대가 웃으며 얘기하더라도 나는 절대 웃으면 안된다. 기분 나빴다는 티를 내야한다. [본문 132p] 


직장은 일하는 곳이지 좋은 상사 추억팔이 하는 곳이 아니기에. 언급했듯 식당은 맛이 본질이다. 직장은 일하는게 본질이고. 당시 나는 본질이 아닌 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본문 139p]


 사람들이 무심코 넘기는 사실이 있다. 하지만 매우 중대한 사실이다.

 디테일은 생각보다 매우매우 중요하다는 것.  [본문 215p]


한 때 평양냉면 전성시대가 있었다.

나는 냉면을 좋아한다. 여름 무더위를 냉면으로 버틸만큼 냉면만 먹고 산 적도 있다. 하지만 평양냉면을 무슨맛으로 먹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류였다. 2만원짜리 평양냉면을 한 입 먹고, 두입째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평양냉면 예찬론자들이 무슨맛인지도 모를 닝닝한 국물을 찬양했고 나는 어쩐지 싸구려 냉면을 좋아하는 싸구려 입맛이 되어버렸다. 자로고 냉면은 시고 달고 알싸해야 냉면이지 암.


참치집 사장님 에피소드를 읽으며 평양냉면이 떠올랐다. 내 입맛은 내가 제일 잘 아는데 지나친 지적질이 가져온 결과였다. 내가 맛있으면 된거고 맛없으면 그만이다. 이건 나의 직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커피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 신커피, 즉 산미있는 커피를 좋아하는 편인데 대중들은 고소하고 쌉쌀한 커피를 좋아한다. 요즘은 많이 바뀌었다고들 하지만 쌉쌀고소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누가 틀리고 맞고의 문제가 아니다. 취향의 문제일 뿐. 선택받는 입장으로 대중들의 계몽을 바라는가? 대단한 아이러니다.


작가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한 끼를 채워나가며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로 읽기 좀 불편한, 하지만 주위에 관심을 가지면 보일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끼니를 제공하는 사람, 제공 받는 사람 모두가 생각해 보아야 할 '상식'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책에 실린 에피소드는 오늘도 어디선가 일어나고 있을 우리네 이야기이다. 행복한 글을 쓰고 싶어 음식과 사람이라는 소재를 선택했다는 작가님. 오늘도 맛있는 끼니 드시고 계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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