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키코모리로 살고 싶어 세상의 칼바람을 피해 온실 속에서, 작고 못난 화초로 초라하게 피어 죽어가고 싶어
하기 싫어 어차피 안 돼 상상은 부서지고 현실은 나를 비웃어
나는 주인공이 아니야 언제나 무대 밖커튼 뒤, 타인의 삶의 그림자였다
가끔은 바랐다 돈이 많았으면 사람들이 나를 좋아했으면
분했다 의미 없었다 머리는 알았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걸
그런데도 나는 요행을 바라며 애써 웃었다 불안과 스트레스에 짓눌리면서 그냥, 숨만 쉬며 살고
내가 대체 뭘하는 거지?
사랑하는 것도 가끔은 싫었다 벼락처럼 변하는 세상이 하루에도 열두 번씩 나를 삼켜버렸다
내 마음은 내 것이 아니다 살짝 괜찮아졌다고 믿으면 곧바로 무너지고실수 하나에 온몸이 얼어붙었다
나는 가볍지 못하다 모든 게 머리에 박혀서 하나도 흘려보낼 수가 없다
숨 가쁘게 변하는 세상 속에서 더욱 불안하다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에 혼자 뒤처지는 기분
새로운 것들이 쏟아지고 익숙했던 것들은 사라진다 나는 이 변화의 물결 속에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불안이 나를 때린다 몰아친다 나는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끌려간다
비루하게 죽을까 봐 무섭다 초라하게 끝나버릴까 봐한 줌 부끄러움조차 남기지 못하고
나는 바란다 쾌락 없는 책임을 익숙함을 깨야만 새로움이 온다고 믿고 싶다
외롭다 나도 여기에 있다나도 좀 봐줘 누군가 한 번이라도
가슴속에 울려 퍼지는 외침은 내 입 밖으로 터지지도 못한 채 텅 빈 허공으로 흩어진다
아픔은 따라붙는다 떨어지지 않는다
이별도 억울함도 상처도 미움도 비판도 실수도 모두 나를 때리고, 또 때리지만
나는 끌어안는다 깨지면서 흘리면서 살아간다
실수하고 욕먹고완벽하지 못하고 억울해도 미움받아도 그래도 어쩌라고 이게 난데
자신을 껴안는다 비틀거리며, 부서지면서도 당당하고 나를 믿으면 돼
그래서 나는 숨 쉬듯 흔들리듯 울먹이며 그래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