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 환상을 좆아 테마파크로 가다.
대학을 졸업하고, 테마파크 아르바이트를 알아봤다. 사회초년생이 느끼는 사회는 너무 거칠어서 꿈과 환상을 품은 놀이공원에서 일해보고 싶었다. 가 본 경험은 있지만 머릿속에서 지워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목적지다. 에버랜드는 기숙사 생활, 롯데월드는 방값이 싼 곳에서 자취를 하면 된다. 기숙사 생활은 안해봤고, 서울에서 자취는 돈이 비싸 어느 곳을 선택하든 걱정이 되었지만, 환상에 취해서였는지 우선 둘 다 입사 지원을 했다. 고민도 잠시, 우선 합격연락이 온 에버랜드로 가기로 정했다. 에버랜드의 서류전형, 면접, 최종결과가 발표되고 나서야 롯데월드에서 서류합격 연락이 왔다.
타지에서 시작하는 첫 기숙사 생활이 두려웠지만 환상과 설렘이 나를 지켜주었다. 기숙사 입주 교육을 하며 동기들을 만나고, 곰팡이 핀 기숙사에 들어섰다. 1970년 대 세워진 기숙사는 낡고, 좁고, 지저분 했다. 이런 곳에서 두 명에서 살다니. 그래도 콩깍지 낀 시선에선 살만하다고 느껴졌다.
에버랜드에서 일하는 직원을 캐스트라고 한다. 에버랜드라는 커다란 무대에서 각자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직업이다. 항상 손님들에게 웃으며 맞이한다. 아무리 진상 손님이 힘들게 해도, 덥고 춥고 힘들어도 늘 얼굴엔 웃음을 머금는다. 쉬는 시간엔 항상 흡연장이 붐비고, 퇴근 후 전대리라 불리는 상권엔 항상 캐스트로 만석이다. 캐스트도 사람이기에 스트레스를 받고 즐거움을 좆는다. 그렇기에 다들 술과 파티, 담배로 정신을 지킨다.
나는 술을 즐기지 않고, 담배를 피지 않는다. 처음에는 동기들 모임, 부서 회식, 에버랜드의 묘미인 '모르는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갔었지만, 어느 순간 지겨워 그만 뒀다. 가도 별로 술을 마시지 않았기도 했다. 내가 없어도 항상 모임과 회식 술자리는 즐비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기에 그다지 특별하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분명 나도 스트레스를 받고 해소할 것이 필요하다. 커피를 시작했다. 원래 잘 마시지 않던 커피지만, 직원 복지 차원에서 카페에서 싸게 구입할 수 있기에 매일 마시게 되었다.
캐스트는 니코틴과 알코올로, 나의 경우엔 카페인과 액상과당이 환상을 유지하는 힘을 줬다. 일하는 건 분명 스트레스다. 많은 사람들과 만나다보면 필연적으로 부딪힌다. '캐스트'라는 정체성이 웃음을 만들고, 웃음은 고통을 감내했기에 만들 수 있다. 힘들게 만든 환상으로 손님들이 기뻐하면 뿌듯하고 그것 때문에 캐스트는 힘이난다. 에버랜드가 '환상의 나라'인 이유는 분명 힘들고 서로 치이며 살아가지만, 환상을 지키기 위한 사람들이 항상 노력하기 때문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