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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Aug 20. 2024

우린 모두 망상 속에 산다

 우리는 우리가 만든 세상에서 산다. 성장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주위 환경이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고, 세상을 보는 시선은 생각을 한번 거치게 된다. 사물과 현상을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주관의 개입을 막을 순 없다. 누군가에겐 옳은 행동이 누군가에겐 그른 행동이고, 위에 첨부한 그림을 봐도 누군가에겐 노인으로 누군가에겐 젊은 여자로 보일 것이다.


 그뿐인가? 같은 정치인을 봐도 사람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같은 행동을 해도 평가가 다르고, 같은 사람을 봐도 호감의 여부가 다르다. 심한 짝사랑을 하면 사람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나를 좋아할 것이다.’, ‘나를 싫어하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가장 잘 알려주는 예시가 색정 망상의 시작이 된 프랑스 여인의 사례이다. 영국의 왕 조지 5세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주장한 프랑스 여성은 버킹엄궁 밖을 서성이다 궁궐의 커튼이 펄럭인 것을 보고 왕이 자신에게 신호를 보냈다고 하고, 자신이 묵을 호텔 예약이 어려워지자, 왕이 자신을 질투해서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이 모습이 정말 우리와 다를까? 우리도 별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남의 의중을 스스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저 사람은 날 좋아할 거야.', '저 사람은 날 싫어할 거야.' 혹은 '나에게 저런 말을 한 거 보니 뭔가 바라는 게 있나보군!' 하지만 내 머릿속에만 있는 생각일 뿐 실제로 어떨 지 알 수 없다. 


 쓸데없이 깊이 생각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는 많다.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스트로스는 오펜하이머가 아인슈타인과 핵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아인슈타인이 고뇌에 잠겨 지나치는 것을 자신을 욕했다고 오해한다. 오해가 깊어져서 둘은 앙숙으로 변하고 치열한 정치 싸움이 시작된다. 아인슈타인은 단순히 고뇌할 뿐이었는데 자신을 싫어한다고 망상한 것이다. 만일 있는 그대로 아인슈타인이 뭔가 생각 중이구나, 뭔 일인지 모르겠지만 기분이 나쁘다보군 생각했다면 금방 끝날 문제였다.



 최근에는 다양한 음모론과 음모론을 추종하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우리가 믿기엔 다소 황당한 이야기지만, 진지하게 믿는 사람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렇다면 우리의 생각은 전부 진실일까? 나도 줄곧 남의 행동을 보고 ‘그럴 것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지나가다가 한 가벼운 칭찬 한마디에 나를 좋게 생각하는구나 하고, 지나가다 웃는 사람들을 보면 나를 비웃는 건가? 생각한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냥 일을 잘해서 칭찬하는 것이었을 뿐이고, 웃던 사람들은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다가 웃을 뿐이었다.



 또한,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면 어떠한가? 싫어하면 그걸로 끝이다. 망상을 한다면 끊임없이 이어진다. 나를 싫어하기 때문에 나에게 불이익을 줄 거고, 불이익으로 다른 사람들도 나를 싫어할 거고, 또 다른 사람들도 나에게 불이익을 줄 거고… 망상은 이어진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에 따라 살아간다. 교육을 통해 사회 상규와 법칙을 익힌다. 그건 곧 나의 의견이 된다. 신을 믿으면 신이 중심이 되어 사유할  것이고, 북한에서 세뇌를 받으며 살면 모든 것은 장군님의 은혜라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학습해서 만든 세상 속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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