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8: 동심을 찾아서
"무엇과 이야기하고 있니?"
여우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루나야, 이건 분홍토끼야! 나와 친구야."
루나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여우가 말한 분홍토끼라는 존재는 그녀에게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여우는 그것을 아주 분명하게 보고 있었다. 루나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서 그저 미소 지으며 여우의 말을 들어주었다.
"그래? 그 분홍토끼가 뭐라고 말했어?"
여우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분홍토끼는 언제나 나에게 용기를 주고, 외로울 때 내 곁에 있어줘. 이 세상에는 나만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친구야."
루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릴 적 자신도 분홍빛의 존재를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존재는 자신에게도 소중한 친구였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느 순간 그 존재가 사라진 이후, 그때의 기억도 점점 희미해졌고, 어른이 되면서는 더 이상 그런 존재를 보지 못하게 되었다. 그때 여우의 부모님이 등장했다. 부모님은 여우가 허공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다가와서는 말했다.
"또 허상을 보고 이야기하고 있구나. 이젠 그만해야지. 분홍토끼란 건 없단다."
여우는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니에요. 분홍토끼는 진짜예요!"
여우는 단호하게 말했다. 부모님은 그 말을 듣고는 여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잊어버리게 될 거야. 그때가 되면 알게 될 거란다."
루나는 생각했다. 왜 어른이 되면 잊게 되는 걸까? 분홍토끼 같은 존재는 왜 어린아이들만 볼 수 있는 걸까? 그리고 어른들은 왜 그런 존재를 '착각'이나 '환상'이라고 치부할까? 루나는 작은 여우에게 다가가 말했다.
"어른들은 분홍토끼가 안 보이나 봐. 나도 어릴 때 분홍토끼 같은 친구가 있었어. 하지만 자라면서 점점 잊어버렸지. 하지만 잊었다고 해서 그 존재가 사라진 건 아니야. 네가 느끼는 모든 감정과 기억은 진짜야. 다만 어른에겐 그 작고 조그마한 존재가 더 이상 보이지 않을 뿐이지. 항상 힘들 때 곁에 있어주고 응원해 주는 그 친구가 "
여우는 루나의 말을 듣고 눈이 커졌다.
"정말이지? 분홍토끼는 계속 내 친구로 있는 거야? 모두가 보이지 않는다고 하니까 너무 화가 나! 분명히 내 옆에서 계속 힘을 주고 사랑해 주는 내 친구를 말이야!"
루나는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지. 네가 그 존재를 기억하는 한, 그 친구는 언제나 네 곁에 있어줄 거야. 심지어 어른이 되어서도, 그 존재가 사라진 게 아니라 곁에 있을 거야. 네가 그 존재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될 뿐이야."
여우는 루나의 말을 듣고 안심한 듯했다.
"그럼 난 분홍토끼랑 계속 친구 할래! 나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거든!"
루나는 따뜻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해. 네가 그 친구를 소중히 여긴다면, 그 친구도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여우는 기뻐하며 다시 분홍토끼와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루나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마음속 깊이 잊었던 친구를 떠올렸다. 비록 자신은 이제 더 이상 그런 친구를 볼 수 없지만, 여우의 모습을 통해 그때의 소중한 기억을 다시 한번 상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어른들은 왜 소중한 친구를 보이지 않는다고 하는 거야?"
루나는 여우의 질문에 대답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글쎄, 어른들은 아마도 세상을 보는 방식이 달라서 그런 것 같아. 어른들은 눈에 보이는 것, 만질 수 있는 것만을 진짜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것들이 정말 많단다. 네 마음속에 있는 분홍토끼처럼 말이야."
"그럼 어른들은 행복하지 않아?"
여우가 물었다.
"어른들도 행복한 사람이 많지만, 때로는 과거의 소중한 기억들을 잊고 살아가기도 해. 어른들은 너무 많은 것들을 짊어지고 살아가다 보니, 마음속의 작은 목소리를 듣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존재를 믿고 소중하게 생각하느냐는 거야."
루나는 여우에게 따뜻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네 마음속에 있는 분홍토끼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너는 정말 행복한 아이야. 앞으로도 네 마음속의 친구와 함께 멋진 세상을 만들어 나가길 바란다."
여우는 루나의 말에 감사하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분홍토끼와 이야기를 나누며 숲 속을 뛰어다녔습니다. 루나는 여우의 밝은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어른이 되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잊고 산다. 특히 어린 시절의 순수함과 상상력, 그리고 그때만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존재들. 하지만 그 존재들은 우리가 잊었다고 해서 사라진 것이 아니다. 그들은 여전히 우리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 있으며, 그때의 감정과 기억들은 여전히 소중한 부분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루나는 여우에게서 멀어지며 자신도 그 친구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누군가는 그 존재를 상상이라 부르고, 또 누군가는 현실이라고 믿지 않겠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느끼느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