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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ㅏ Sep 06. 2024

신을 믿는 동물들

EP17: 신앙에 따라 사는 자와 믿지 않는 자



 루나는 깊은 숲 속에서 고요한 호숫가에 눈을 떴다. 호수는 조용하고 평화로웠지만, 이상하게 묘한 신비함이 감돌았다. 호수 가운데 거북이 한 마리가 머리에 긴 관을 쓰고 명상하듯 앉아있었다. 루나는 신묘한 이곳에 앉아 수행하는 거북이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


 "거북아 여기서 뭐 하고 있어?"

 "신의 목소리를 들으려고 정신을 집중하고 있어."


  거북이의 얼굴에서 하얀 수염과 주름을 보아 늙음을 알 수 있었고, 장소의 분위기에 맞고 묘한 분위기를 풍겨 지혜롭게 느껴지는 거북이었다. 거북은 이야기를 나누더니 자신이 따르는 신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믿는 '빛의 종교'에 따르면 세상의 모든 일은 신의 뜻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신의 계획 속에 있어. 우리의 기쁨도, 고통도 모두 신이 주신 거야. 그러니 우리는 그저 받아들이면 돼." 


거북은 신실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대조적으로 루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모든 게 신의 뜻이라면, 나쁜 일조차도 신이 일부러 그렇게 만든 거란 말이야? 그러면 왜 신이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거지? 신이 선한 존재라면, 왜 굳이 우리에게 고통을 줘야 해?"


거북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질문은 너무나도 인간적인 질문이구나. 신의 뜻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란다. 마치 바닷속 깊은 곳을 탐험하는 것과 같지. 우리는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신의 뜻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단다."


루나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신이 의도적으로 고통을 주고, 그것을 받아들여야만 하는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오히려 두루뭉술하고 복잡한 이야기가 불편했다.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는데 그것을 믿어야 하다니. 내가 잘한 것도 신의 도움이고 잘못된 것도 신의 뜻이라면 피조물로써 무엇을 할 수 있고, 존재 목적은 무엇인가 궁금했다. 혼란스러운 상황마다 항상 거북은 신의 뜻임을 이야기했고, 신을 공감하지 못하는 루나와 계속 평행선을 달리며 맞지 않는다는 것만 느꼈다.


 자리를 떠난 루나는 한쪽 구석에서 명상에 잠긴 사슴을 만났다. 사슴은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고 믿었다. "고통이든 기쁨이든 모두 내 마음을 다스리면 해결할 수 있어. 마음의 평화를 찾아 수행을 하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어." 사슴은 평온한 표정으로 말했다. 또한 자신을 평온의 종교에 귀의했다고 말했다.


"그래? 그러면 정말 마음만으로 모든 걸 이겨낼 수 있는 거야?" 


 루나는 사슴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수행을 통해 깨달음을 얻으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어." 


사슴은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루나는 사슴이 이미 90살이 넘었는데도 여전히 해탈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슴은 평생을 수행하며 살아왔지만, 여전히 감정에 휘둘리고, 마음을 완벽히 제어할 수 없었다. 그러자 사슴은 아직 자신은 완벽하지 않으며 생의 고통을 끊지 못했다 했다. 결국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환생을 통해 다시 시도해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루나는 그 점이 의아했다. 


"왜 그렇게 오랜 시간 수행을 했는데도 완벽한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 거야? 결국 너도 환생을 믿는 거라면, 그건 마음이 아닌 신앙적인 곳에 기대는 거 아니야?"


 사슴은 자신이 깨닫지 못한 건 수행이 부족해서이고, 실제 해탈한 선지자적 인물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분이 말한 이야기에서 해탈과 부활 등 신앙적 요소를 이야기했다고 한다. 루나는 결국 마음에 달려있으니 마음을 편히 먹으면 되지만 그게 안되니 문제인데, 그것을 신앙적 요소에 기댄다면 사실 마음에 달린 게 아니란 생각이 들자 루나는 다시 평행선을 달릴 것을 직감했다. 자신은 신앙이란 요소가 아직 낯설다.

루나는 다시 숲 속을 걷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그는 ‘나는 스파게티’ 모양을 한 신을 믿는다고 했다. 대관절 어떻게 생겼다는 건지, 무슨 일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호랑이는 열정적으로 말했다. 


“우리 종교에서는 나는 스파게티 신이 모든 것을 창조했다고 믿어. 그분은 우리에게 자유와 창의력을 주시지. 모든 일은 그분의 면발 같은 계획 속에 있어. 우리는 그가 내린 계율을 따르며 살면 돼.”


루나는 호랑이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모든 게 나는 스파게티 신의 뜻이라면, 왜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고통과 혼란이 있는 거야? 그분이 정말 선한 존재라면, 왜 우리에게 고통을 주는 거지?”


호랑이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그분의 면발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얽혀 있어. 고통도, 기쁨도 모두 그분의 계획의 일부야. 우리는 그저 그분의 면발을 따라가면 돼.”


루나는 그 대답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신이 고통을 주고,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는 거북이의 말, 마음을 다스리면 다 해결된다는 사슴의 말, 그리고 그저 신이 내린 계율에 따라 살면 된다는 말. 그들은 모두 각자의 신앙을 통해 세상의 고통과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결국 그들의 믿음 속에서도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루나는 생각에 잠겼다. 그들은 왜 그토록 신에 의존하고, 자신의 고통을 신의 뜻이나 수행에 맡기는 걸까? 왜 스스로 해결하려 하지 않고, 운명이나 환생,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려 하는 걸까? 다른 세상에서 왔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루나는 그 답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자신은 그들이 말하는 신이나 종교보다 다른 것이 더 끌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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