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악과 대중화 괴리, 하지만 더 나은 것은
황교익과 백종원이 뜨거운 감자다
최근, 백종원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의 '막걸리 대결' 에피소드를 두고, 황교익의 저격-소신 발언이 이어지며 이슈가 불거졌다
다양한 잡음들로 본질을 흐리기도 하고,
틈을 타 언론은 황교익의 지난 발언들을 끄집어내면서 이슈 물타기에 가세했다.
황교익 본인도 소셜채널을 통해 건마다 대응을 펼치다 보니, 지속해서 구설을 낳게 됐다.
황교익 발언의 요지는 하나다.
"맛이라는 다양한 영역을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할 수 없다" 물론 이것은 좋게 의역한 것이다.
예능프로그램 '골목식당에서 백종원은 메인이다.
장사가 어려운 소규모 음식점들을 방문해 매출저조의 요인을 분석하고, 적당한 솔루션을 제공해 다시 음식점과 그 상권을 살리는 일종의 컨설턴트 역할이다.
여기서 백종원은 주로 음식을 평가하고, 다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맛'을 제안한다.
아주 기본기가 없는 식당주인을 만날 경우, 요리방법과 메뉴에 대해 제안한다.
숨겨진 맛집을 발견하고 칭찬하는 경우도 있다. 이땐 맛에 비해 장사가 되지 않는 요인을 찾아내기도 한다.
백종원은 매우 많은 외식사업체를 거느린 기업인이다. 쌈밥집으로 시작해, 투철한 요식경영인 마인드로 사업을 일궜다.
"사장이 주방 돌아가는 사정을 모르면 안된다"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분야의 음식을 직접 연구하고 공부하면서 요리를 섭렵했다. 그리고 외식판에 가장 부합하는 맛관 노하우를 찾았다.
그렇다면,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안하는 '맛'은 어떤 것일까? 미슐랭 스타급 레스토랑의 유니크한 '맛'일까? 요리 연구가가 재료 본연을 느낄 수 있도록 조리한 '맛'일까?
백종원의 맛은 "대중들을 위한 맛", "대중 입맛"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하게 단맛, 짠맛의 적절한 조화, 외식을 즐기며 혀를 즐겁게 하는 그런 맛일 것이다.
황교익은 맛칼럼니스트다.
그는 전세계 다양한 음식과 요리를 혀와 식감, 문화, 역사 네 가지 요소로 두루 섭렵했다.
즉, 각 요리에 알맞은 본연의 맛 혹은 요리가 표현해내는 다채로운 맛에 대한 감각이 뛰어날 것이다.
미식가의 관점에서 재료들 간의 호흡을 바라보며, 이 사이에서 건강과 영양분까지 생각하는 고차원적인 영역을 영유할 것이다. 즉, 음식과 맛에 관해 상당히 '마니아'적인 관점을 견지할 것이다.
이러한 황교익이 당연히,
대중적인 맛을 "하나의 평가 잣대"로 보는 백종원과 이를 옹호하는 다수의 인식에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막걸리 대결의 일화에서는 주조인의 재량에 따른 막걸리의 맛은 다채롭거늘,
그 본연의 맛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시중 막걸리와 비교하면서 "맛이 없다"고 했을때, 또 가감없이 툭툭 말을 내뱉는 모습에서, 황교익의 반감은 더욱 꿈틀거렸을 것이다.
이해가 된다.
하지만, 황교익이 놓친 부분이 있다.
바로 "대중화의 맥락"이다.
'골목식당'은 그리고 프로그램 속 '백종원'은 외식업을 통해 섭렵한 대중적인 맛을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제안하는 그런 맥락을 지닌다.
'한식대첩', '스트리트푸드파이터'에서 나오는 백종원의 톤앤매너는 또 다르다.
대중적인 맛을 지향하거나, 지적하기 보다는 요리를 주관한 요리사의 관점에서, 또한 독특한 문화적인 관점에서 해석한다.
'집밥백선생'에서는 또 사뭇 다르다.
중년의 남성들에게 집에서도 손쉽게 식당에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요리법을 전수한다.
설탕을 많이 털어넣고 인위적인 불맛을 내거나, 시중의 라면스프로 짬뽕맛을 내는 등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편법을 제안하며, 또 당연히 단맛과 짠맛의 조화를 중요시 한다.
백종원은 철저히 "대중화의 맥락"을 취했다.
방송에서 그 사장이 자신의 막걸리에 자부심과 고집을 갖는 것은 당연하나, 많은 사람들에게 막걸리를 팔고 맛보게 하려면 먼저, 대중의 맛을 취해야 하는 것이 옳다
이러한 관점에서 황교익의 지적은 매우 국소적이었다. 큰 이해의 맥락에서 벗어난 지적이다.
시선을 조금 틀어서, 쇼미더머니와 힙합의 사례로도 설명할 수 있다.
Mnet의 힙합 경연 예능프로그램 '쇼미더머니'도 초-중반에 '황교익과 백종원' 일화와 같은 이슈를 겪었다.
쇼미더머니를 부정하는 이슈의 가장 큰 이유는
"힙합은 언더그라운드 문화로서, TV에 나가는 엔터테인 행위와는 맞지 않다"이다.
이 역시 좋게 의역한 것이지, 당시 엄청난 욕설과 디스리스펙 담긴 랩들이 난무했다.
언더에서 유명세를 떨친 갱스터 풍의 래퍼들 대부분이 쇼미더머니를 저격했다.
하지만, 시즌 7화까지 도달한 현재의 '쇼미더머니'를 보면 어떨까?
프로그램 속 고품질 힙합 대결과 흙속에서 진주를 발굴해내는 프로그램의 짜임새
평소 응원하던 래퍼의 멋진 기량과 경연 이후 발매되는 음원은 결국, 힙합의 팬덤을 넓혔다.
'쇼미더머니' 방영 시즌 중 발매되는 디지털음원은 전국음원포털에서 상위권에 안착하는 기염을 토한다.
여기에, '쇼미더머니' 속 래퍼들의 패션과 PPL의 파급효과, 프로그램이 끝난 이후 톱스타 반열에 오르는 래퍼들과 명문 레이블들의 합동공연, 그들의 방송출연 및 부의 획득은, 결국 언더그라운드라는 어둠 속에 잠재된 힙합 문화를 대중앞으로 끌어내는 긍정적인 결과를 창출했다. 현재, 힙합은 더 이상 마니악하지 않은 대중문화로 자리매김 했다.
황교익과 백종원에서 쇼미더머니와 힙합까지 여러 사례를 둘러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을 결과다. 결과적으로 대중화는 대부분 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긍정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여러 과정에서의 불협화음은 있겠지만, '골목식당'이 맛집을 양산하고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소상공인들의 부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다.
'쇼미더머니'가 예능의 요소를 띄고 있지만, 실제 프로그램이 다루는 부분은 진정성있는 힙합음악과
더 이상 스튜디오, 홍대클럽뿐만이 아닌, 안방에서도 볼 수 있는 힙합공연이다.
요식업도 힙합도 더 나아가 기업도, 한 가지 잣대로 평가하거나 해석할 수 없다.
커다란 "대중화의 맥락"에서 사안을 바라보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