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릴린 몬로: "멍청한 금발(Dumb Blonde)"
마릴린 몬로를 떠올릴 때 사람들이 연상하는 이미지다.
그녀의 이미지에는 늘 반쯤 감긴 눈과 느릿한 말투.
하지만 우리가 알던 그녀의 모습은 그저 완벽하게 계산된 '연기'였을 뿐이다.
■ 연기와 완벽주의
영화 촬영장에서 몬로는 같은 장면을 수십 번씩 반복했다.
스탭들은 그녀의 뒤에서 "대사를 또 틀렸어" "머리가 텅 비었나 봐"라며 수군거렸다.
당시 할리우드에서 그녀의 이미지는 그저 '예쁘지만 머리는 덜 떨어지는' 여배우에 불과했다.
실제로 <뜨거운 것이 좋아> 촬영 중
"it's me, sugar" 단 한 줄을 47번 넘게 다시 찍었다고 한다.
무능력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그녀와 함께 작업했던 한 감독이 밝힌 진실은 인식을 완전히 뒤엎어 놓았다.
"그녀는 매 테이크마다 미세하게 달랐어.
내가 원하는 걸 찾을 때까지 끊임없이 실험한 거지."
수십 번의 테이크는 무능력이 아닌 완벽을 향한 탐구였던 것이다.
■ 지성과 독서
더 놀라운 사실은 그녀의 사적인 공간에서 드러난다.
아서 밀러와 함께한 시절, 그녀의 집에는 400권이 넘는 책이 있었다.
셰익스피어, 도스토예프스키, 헤밍웨이...
그녀가 읽었던 책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멍청한 금발'이라는 이미지와는 너무나도 동떨어져 있다.
당시 대중의 시선은 단순했다.
금발에 몸매가 좋으면 머리도 텅 비었을 거라는 편견. 하지만 마릴린은 오히려 그 편견을 전략처럼 활용했다.
자신에게 씌워진 고정관념을 오히려 역이용해서 대중의 시선을 능숙하게 다루고 사로잡았던 것이다.
게다가, 잘 알려지지 않는 사실 하나.
그녀가 출연한 수많은 영화 중
실제로 섹스씬이 등장한 작품은 단 하나도 없다.
단순히 그녀가 이미지를 관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시절 할리우드는 '헤이스 코드(Hays Code)'라는
엄격한 영화 검열 규정 하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규정은 직접적인 성행위 묘사를 금지했으며
성적 표현은 암시와 상징에 의존해야 했다.
그러니 대중이 기억하는 마릴린의 관능적 장면들 역시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진 감각일 수 있다.
마릴린 몬로는 자신의 외모를 무기로 할리우드에 입성했다.
하지만 그 뒤에는 예리한 지성과 전략적 사고를 가진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단순히 아름다운 얼굴이 아닌 자신에게 덧씌워진 이미지를 정확히 알고 다룰 줄 알았던 사람이다.
오늘날 우리는 '멍청한 금발'이라는 말이
얼마나 그녀를 오해하게 만들었는지
이제야 조금 알게 된다.
그녀는 단순한 섹스 심벌이 아닌
지성과 감성을 겸비한 복합적 인물이었다.
누가 누구를 소비하고 있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그녀의 진짜 모습은
여전히 많은 이야기를 품은 채 조용히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