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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로 Nov 05. 2023

연애할때마다 취약해지는 사람 (1/2)

뭐 하나 부족한 건 없는데 솔로인 이유

이 주제를 한 번쯤은 '글'로 옮기고 싶었다.


난 연애가 좋다.

정확히 말하면, 연애가 주는 특별함이 참 좋다.

불완전한 두 존재가 만나 강력하게 연결되는 그 모든 과정이 인생에 몇 없는 영화 같은 순간이라 생각한다.


물론 내게도 그런 영화 같은 순간들이 있었고,

서른 초반인 지금은 또 언제 찾아올지 모를 새로운 명작을 기다리며

벽면 한 구석에 진열된 오래된 감독판 블루레이를 가끔 슬쩍 꺼냈다 도로 집어넣곤 한다.

연애의 시작-과정-끝까지, 그 모든 순간이 참 어려워


그런데 내게 연애는 참 어렵다.

20대의 연애는 이렇게까지 어렵지 않았는데, 30대가 되고 나니 확실히 어렵다.


나는 이 글을 통해 30대가 되어 '좋은 상대를 만나기 어렵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좋은 상대는 이미 다 결혼했습니다' '좋은 사람은 이미 좋은 사람들끼리 만나고 있습니다',

'우선 좋은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 내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좋은 사람이란 말은 상대적이고, 나를 잘 알아야 나에 맞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당신 스스로를 잘 알고 있나요? 당신은 혼자여도 행복한 상태입니까?

외로움과 고독은 인간의 숙명입니다. 우선 당신을 잘 알아보시고 스스로와 연애해 보세요'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고요? 그럼 움직이세요. 당신의 짝은 어딘가에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다. 오히려 나는 '좋아하는 상대'를 만나,

 불타오르는 로맨스가 끌나고 진짜 당신의 인생에 들어올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이 소중한 인생과 한정된 자원을 상대와 의미 있게 나누며,

복잡하고 세속적인 세상을 상대하며 함께 성장하며 나아갈 수 있을까?

누구나 꿈꾸는 '그 연애'를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말이다.

연애의 성공 = 나 x 좋은 상대 x 좋은 타이밍, 나는 상수인 줄 알았다.


처음엔 상대의 잘못인 줄 알았다. 제대로 된 사람을 못만나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이별은 분명 아팠지만 뼈아픈 자기반성보다는

'좋은 사람을 알아보지 못한 안목'과 '나쁜 상대를 만나게 된 나쁜 타이밍'에 대해 더 집중했다.


나는 왜 그런 사람이 끌렸던 걸까? 아닌 걸 알면서도 계속할 수밖에 없었던

내 마음속 기저에 있던 혼자 남게 될 두려움을 타파하려고 했고,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과 좋았던 시간을 추억하게 되는 어찌할 수 없는 아픔 사이에서

'이 모든 것을 딛고 언제쯤, 어떤 이와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더 집중했던 것 같다.


그 상대와 연애를 하면서 상대의 문제에 집중하느라

연애를 대하는 나의 태도, 나의 마음, 나의 행동을 뒤돌아볼 수 없었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좋은 사람을 새롭게 만나게 되었고,

그 이별 앞에선 정말로 정신 차릴 수 없는 큰 타격을 입었다.

뒤통수를 아주 거세게 맞은 기분이었다.


상대와의 이별은 매우 이성적이고, 매우 합리적이고, 매우 단호한 합의를 통해 마무리되었다.


그 사람이 물론 100% 완벽한 인격과 인성을 지닌 건 아니었다.

적어도 그는 평균적인 인격과 인성을 지닌 보기 드문 남자였다.


여기서 나의 충격은 연애는 '좋은 상대'와 '좋은 타이밍'만 잡으면 되는 줄 알았는데

실은 '나'도 변수였단 사실을 깨달았다는 것에 있었다. 난... 상수 아니었어?

 

연애할 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는가?


그때, 상대가 내게 했던 말 중 가장 인상 깊은 말이 '이기적'이란 단어였다.

나는 연애를 하면 오히려 내가 손해를 보고서라도 상대를 배려하고 챙겨주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지난 연애에서 나는 희생하는 쪽에 가까웠고, 그와의 연애에서도 난 많은 것을 맞춰줬다 생각했다.


그와의 이별 앞에서 난 그 단어를 이해하려고 애썼던 것 같다.

나의 희생과 배려는, 과연 정체가 뭘까?


그와의 이별 후에 나는 거의 두세 달간 사랑, 연애, 관계란 단어에 빠져 살았다.

연애에서 과연 나는 어떤 사람일까? 단 한순간도 의심하지 않았던 나란 사람에 대해서 의심이 들었고,

그 과정에서 뼈 아픈 진실은 '좋은 사람'인 것과 '좋은 상대'가 되어주는 건 분명 다른 일이라는 것이었다.


배워가는 과정이라, 정확한 답은 솔직히 모르지만


두세 달간의 뼈 아픈 자기반성의 시간은 이랬다.


초반에는 이 모든 상황을 부정했지만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고,

그 이후 '나'란 사람을 재정립하며 재인식하는 과정이 필요했고,

그 이후엔 매일 좋은 책과 영상으로 스스로를 성찰하고 좋은 상대가 되는 방법을 탐색했으며,

그 과정은 큰 자존감의 타격과 슬픔이 있었지만 지금 보다시피 잘 이겨냈다.


그리고 지금, 아직 배워가는 단계임에도 어렴풋이 알게 된

'좋은 연애'에 제일 중요한 필수 조건인 '좋은 나'를 만들어가는 방법을 풀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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