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발지팡이의 습격

지팡이는 단지 무기일 뿐 보조기구가 될 수 없다

by 김문정

동네 상가 병원만 갔다 하면 지팡이 짚는 연습 좀 하라고 의사 선생님께 잔소리를 듣는다.
그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 아주 미쳐 돌아가실 지경까지 이르렀다.
대충 알았다고 대답하고 집으로 돌아와 전에 쓰던 지팡이를 찾기 시작했다.
그 들고 다니기도 번거롭기만 한 네발 지팡이가 눈에 확 띄었다.
성질이 급해 지팡이를 짚기보다는 무기를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듯이 들고 다니기가 일쑤였고 잘못짚었다가 네발 달린 지팡이 발에 걸려 넘어져서 아주 분통을 터트리며 집어던져버릴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었는데.. 널 또다시 찾게 되다니..;;
내 몸하나 움직이기도 번거로운데 지팡이까지 짚을지 들고 다닐지도 모를 상황이 올 것만 같아서 심란한 마음으로 지팡이를 들어본다.
그래.. 오늘은 너를 반드시 내 정복하고 말리라..라는 다짐을 하며 엄마와 같이 운동장에 나갈 채비를 해본다.
성질이 급한 나는 먼저 운동장으로 익숙하지 않은 네발 지팡이를 짚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뎌 보다가 갑자기 중심을 잃고 하필 뒤로 넘어가려는 몸뚱이를 바로 틀어 굴러간 곳이 장미꽃 화단이 풍성하게 핀 가시덩굴 쪽으로 넘어가 꽥꽥 소릴 지르며 울다시 나 여기 있다는 신호를 지나가는 누군가라도 날 좀 발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해본다.
어느 아기를 앞으로 않고 계신 새댁이 나를 처음으로 발견하고선..
(" 조금만 기다리세요..제가 아기를 않고 있어서..정말 죄송해요.경비아저씨께 도움 요청하고 금방 다시 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필 굴러간다는 곳이 장미꽃 화단일 게 뭐람.;; 중심을 잘 못 잡는 바람에 혼자서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이런 내 상황이 참 쪽팔리기도 하고 비참하기 짝이 없지만 어쨌든 간에 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 자릴 벗어나야 한다.. 등에 가시가 박혀 너무 아프다.. 나이 마흔이 넘어서 이렇게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외치는 내 손을 누군가 다가와 잡아주는 손길...
젠장.. 하필 고등학생 남자아이쯤으로 보인다.. 고맙기는 하지만... 넌 아니야..
("야.. 너 말고 다른 사람 좀 불러와.. 너 말고 다른 총각 불러오란 말이다".)
순간 뒤따라온 엄마와 눈이 마주치고 난 서럽게 울며 운동장으로 향했던 발길을 다시 되돌려 집으로 향하며 엄마가 혹시나 속상해하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나 이 지팡이 도저히 못들고 다니겠어..엄마..다시 하나 사야할까봐"..;;)

라고 말하니 엄마가 욱하며 내게 잔소리를 퍼붓는다.

("지팡이만 집에 들여놓고 넌 집나가..도대체 집에 네 물건들만 죄다 쌓였어..;; 만약 이사간다면 네 짐만해도 한 트럭 감일꺼다"..;;)

나도 반박했다.

(나도 뭐 돈 쓰고싶어서 이러는줄알아?상가병원 의사선생님이 나만 봤다하면 지팡이 짚고 다니래잖아..그 말을 병원 갈때마다 계속 듣고앉아 있다보면 머리위에 지팡이가 둥둥 떠다니는거 같다고..2박 3일 밤 낮 꿈에 지팡이 꿈만 꿀정도야..;)

이렇게해서 내게 맞는 지팡이를 인터넷으로 샀건만..나 따래는 허리가 아파서 잘 못걷다보니까 버튼만 한번 누르면 타닥하고 의자가 되고 접으면 다시 지팡이가 되는 아주 유용할거 같아서 주문한 지팡이가 처음엔 집에서 몇번 연습했을땐 말을 아주 잘듣다가 실전인 밖에 나가서는 지팡이가 말을 잘안듣는 바람에 할수없이 의자인채로 끌고다니 꼴이 되버렸고 아주 네발지팡이보다 더 번거롭게 되버렸다.

(에효..내가 뭐 항상 그렇지뭐..;;)

근데..이걸 어쩌나..할수없이 나 혼자 스스로 잘걸어다니는 길밖엔 방법이 없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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