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동화
어른들의 위한 생각하는 동화입니다.
어느 주말 오후 제 각각의 세 사람이 이가 빠진 큰 개밥그릇과 밑동이 완전히 깨져 없어져버린 투명한 유리컵과 주둥이가 좁아터지고 목이 길쭉하며 몸매가 호리호리한 겉은 멀쩡한 꽃병 하나를 아파트 폐수거함에 버리고 가버렸습니다.
한 사람이 버리고 간 개밥그릇은 아주 낡고도 모서리 군데군데마다 개의 이빨 자국 및 약간씩 물고 다닌 티가 영역하게 나는 연식이 꽤 높아 보이는 오래된 개 밥그릇이었습니다.
또 다른 집에서 버려진 밑이 빠진 한 투명 크리스털 유리컵은 그냥 보통 가정집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컵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딱 봐도 아주 고풍스럽고도 아무 술이나 담아서 마실만한 컵은 아닌 듯싶어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밑동이 완전히 빠져버려 이제 제 기능을 못하는 더 이상은 컵이라고도 볼 수 없고 그런 밑동 빠진 크리스털 유리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상태의 유리파편.. 아니 크리스털 유리의 잔해물이라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네요.
나머지 하나의 꽃병은 겉이 멀쩡하고도 새 것 같은 그런 느낌을 풍기며 주둥이는 좁고 목은 길고도 몸매가 호리호리해서 조금은 밋밋한 그저 그런 꽃병이었습니다.
이렇듯 제각각의 개성을 가지고도 나름대로의 사연들로 인하여 버려진 것 같은 세 친구가 쓰레기 분리수거함 통에 나란히 누워 잇었습니다.
한참을 누워있다가 개밥그릇이 말을 먼저 꺼냈습니다.
<"안녕.. 친구들.. 내 주인은 다깡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 아주 큰 개였었어.. 근데 우리 주인은 자기보다 서열이 훨씬 더 높은 사람이라는 동물을 주인으로 섬기고 어렸을 때부터 길들여지고 그 들에게 훈련이라는 규칙을 정해봤고 그 규칙대로 행동하면 간식이라는 보상을 받게 되고... 그런 식의 모습들을 나는 우리 주인이 아주 어렸을 때부터 다 늙어 죽게 되는 날까지 봐오면서 거의 15년 이상을 같이 지내다가 이렇게 버려지게 되었어...>
개밥그릇의 짧은 인사와 함께 자기가 살아온 인생사를 소개받은 나머지 두 친구 중 또 하나의 친구가 자기소개를 이어나갔습니다.
<"안녕.. 애들아.. 나는 원래는 이렇게 볼품없는 유리잔이 아니었단다.. 원래는 부잣집에서 밑동에 크리스털로 멋들어지게 가공된 고급스럽고도 비싼 그런 술들을 담아내던 그런 컵이었었어... 우리 집주인은 그 술이라는 것만 마시게 되면 처음엔 흥이 많아지고 기분 좋아하다가 술이 한잔 두 잔... 넘게 마시게 되는 순간부터는 난폭한 폭군으로 변해서는 화를 내다가 날 탁자에 쾅하고 찍어버리는 순간 내 아름다운 크리스털 장식 밑동이 반으로 쑥 빠지며 깨져나간 거야... 이젠 난 아무것도 담아낼 수 없는 그런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컵도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돼버려서 이렇게 버림받게 돼버렸단다"...>
두 친구의 짧은 인사와 함께 그동안 살아온 과정들을 조용히 듣고 있었던 나머지 주둥이가 좁고 목이 긴 호리호리한 호리병 몸매를 갖고 있던 꽃병이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안녕... 난 보시다시피 이런 평범한 꽃병이고 너희처럼 주인이 죽게 되어서도 아니고 더 이상 쓸모가 없어져서도 또 그렇다고 몸 한 부분이 망가지거나 부러져서 버려진 게 아니라 단지 물 때가 끼었음에도 불구하고 주둥이가 좁아 내 속 안을 쉽게 씻겨낼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게 되었고 난 그다지 아름답거나 이쁘지도 않아서도 버려진 이유일 거 같아".>
이러한 세명의 친구들이 이런저런 짧은 인사와 함께 자기소개들을 마치는 동안에도 아파트의 폐수거함에는 여러 종류들의 친구들이 분리수거함 통에 아니면 쓰레기장 소각장용 각기 용도에 맞게끔 딱딱 정해져서 그 속으로 나란히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다소 어떤 양심 없는 사람으로 인해 잘못 분리돼버린 친구들은 아파트 경비아저씨의 씩씩거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와 함께 화가 난 어투로
<"아니 어떤 인간이... 쓰레기 분리수거를 이 따위로 해놓고 도망을 간 거야?? 이건 쓰레기가 아니라 폐수거함에 분리하는 거잖아...;;>
하루에도 이런 짜증 섞이고도 화가 난 경비 아저씨의 우렁찬 목소리는 종종 아파트 단지 내 모 귀퉁이에 마련돼있는 쓰레기장에선 자주 듣는 언성이었습니다.
어떤 운이 좋은 친구들은 다른 사람의 눈에 띄어 그 집으로 다시 새 인생을 살기 위해 딸려가는 친구들도 몇몇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 주인들에게는 이제 쓸모없고 불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게 되었으나 다른 사람 눈에는 그 물건이 정말로 값지고 우연찮게도 필요한 물건이기에 데리고 가는 것이겠지요... 아주 운이 좋은 친구라 생각하며 다들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봅니다.
하루 이틀 삼일... 날이 무료하게도 빨리 지나가는 것 같은 느낌에 이 세 친구들은 자신의 앞날들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고 좌절에 차있는 상태라 한숨만 푹푹 내쉬고 있을 뿐입니다.
이런 모습들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그 중에서도 가장 연장자인 개 밥그릇이 한마디 했습니다.
<"애들아.. 나는 여태껏 개사료만 담아낸 개 밥그릇이긴 해도 너희보다 더 오래전에 만들어졌고 앞으로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나처럼 이렇게 낡고 이가 숭숭 빠진 개 밥그릇을 어떤 주인이 그토록 아끼고 이뻐하는 반려견한테 건강한 사료를 담아 줄 생각을 하겠니... 솔직히 나도 앞으로 너희의 앞날과 내 앞날 또한 내다볼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제 각각의 특성들을 파악할 수 있는 그런 잔재주가 좀 있단 말이지... 한번 들어보지 않겠니? "너희들의 특별하고도 좋거나 나쁜 특성들을 알게 된다면 세상이 좀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거 같아서"...>
이어서 화려하게 지내다가 한 순간에 몸이 부서져 장애를 갖게 된 이것도 저것도 아니게 된 럭셔리 컵에게 이런 말들을 해줍니다.
<"럭셔리 컵아... 네가 여태껏 지내면서 이렇게 다치거나 장애를 입게 될 줄은 너도 그렇고 그 아무도 몰랐을 거야.. 시련은 언제나 그런 식으로 남몰래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법이더라... 아무도 모르는 일이지... 그래서 함부로 자기보다 못한 그 무언가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거나 시건방지게 굴며 상처 주는말을 하게되면.. 그 말들은 양날에 칼이 있어서 한편으로는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날이 서있기도 하지만 그 반대쪽 날은 자신의 발등을 내려 찍을수도 있는 부메랑과도 같아서 자신의 말로 인해 반드시 돌려받게 돼 있단다... 언젠가는 너의 그 말로 인해 상처 주게된 그 말 한마디가 곱절로 네 발등과 너의 남아있는 아름다운 몸마저 쳐부수게 될 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말을 함에 있어선 신중하게 생각해보고 말하는 게 너의 신변에도 좋을 거야."
그리고 네가 몸이 쪼개지는 장애를 갖게 되었지만 너의 럭셔리하고도 아름다운 자태가 반감된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 넌 여전히 가치 있고 너의 존재만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지금 현재는 볼품없고 쓸모가 없어 보일지도 모르지만... 넌 언젠가는 아주 멋진 무언가로 재 탄생할 수 있는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갖고 있을 거라 생각이 들어... 좌절 속에서도 희망은 생기는 법이니까...">
마지막으로 낡고 늙어빠진 개 밥그릇은 꽃병에게도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꽃병아... 넌 이쁜 꽃들을 담아낼 수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필요성이 있는 거 같아... 꽃들이 언제나 너보다 더 부각되어 보이는 이유가 뭔지 아니? 바로 네가 있기 때문에 꽃들이 더 이쁘고 아름다워 보인다는 걸...;; 넌 알고 있을 필요성이 있다고 봐... 꼭 세상에서 최고가 되고 훌륭한 무언가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소리야... 영화나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더 주인공답게 보이는 이유가 바로 수많은 조연들로 인해 더 멋져 보이고 더 주인공다워 보인다는 걸...;; 조연이 있으므로써 주인공이 더 빛을 발하고 더 눈에 띄게도 사람들 기억 속에 더 오래 남을 수 있게 만들어준다는 걸... 우리들은 잊지 말아야 해">
이 세 친구들은 한 동안 말없이 밤하늘에 차가운 공기를 맡아가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에 자신들은 그래도 열심히 자신의 본분을 져버리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지난날들을 회상하며 마음 한편에 그래도 각자의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왔었으니 더 이상의 미련 또한 남지 않았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