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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10. 2017

가자미식해


식혜는 엿기름을 이용해 밥을 삭혀서 만드는, 밥알이 동동 뜨고 단맛이 나는 음료입니다.  이와 달리 식해는 생선을 발효시키는, 그러나 남쪽 지방의 젓갈과는 조금 다른 음식의 이름이죠.


가자미식해는 함경도 해안가 지방에서 동해안 참가자미를 이용해서 김장할 때 같이 담는 맛있는 발효음식입니다.  특징은 소금이 거의 안 들어간다는 것이죠. 고춧가루를 이용해서 발효를…


함경도 지방에서 소금이 귀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놀랍지도 않지만, 한번 만드는 과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가자미는 비늘치고 대가리 치고 내장 빼고 잘 손질해서, 바닷물에 잘 헹궈서 꾸득꾸득하게 말립니다. 물론 집에서 할 때는 바닷물이 없으니 소금물로 헹구고 소금을 살짝 뿌려서 말리는 겁니다.


하루정도 말린 가자미는 맑은 물에 잘 헹궈서 먹기 좋은 크기로 토막을 치고, 고춧가루, 파, 다진 마늘, 다진 생강으로 잘 버무려서 살짝 발효를 시킵니다.


이삼일 정도 발효 후, 국산 메조(노란색으로 알이 굵은 것입니다. )로 밥을 꼬득꼬득하게 지어서 잘 식히죠.

무는 나박 썰기를 해서 준비합니다.


먼저 발효시킨 가자미와 메조밥, 무를 섞어서 다시 버무립니다. 이 과정에서 고춧가루가 약간 추가되는 것이 좋습니다.


맛있게 버무려진 것을 잘 담아서 추운 곳에 두고 일주일 정도 발효를 시키면 맛있는 가자미식해가 됩니다.


—————–


예전에 강원도 가서 가자미를 왕창 잡아온 적이 있습니다.


세꼬시 해 먹고, 궈먹고 가자미 쑥국 끓여 먹고 해도 워낙 많아서 난생처음으로 가자미식해에 도전해 봤죠.


문제는 가자미식해가 함경도에서 강원도로 내려오는 동안 기후 문제도 있고 현대인들의 입맛도 있고 해서, 엿기름을 넣고 달콤한 맛을 내도록 발효시키기도 하고 인공 조미료도 들어가고, 심지어 소금도 넣고 한다는 겁니다. 결국 시중에서 파는 가자미식해는 오리지널이 아니라 남한식 변형 식해라서 함경도 출신 분들은 별로라~ 하더군요.


그러니 제대로 된 가자미식해를 만드는 방법, 하다못해 모델이 될만한 실제 가자미식해도 구하기 힘들었던 겁니다.


저는 우연한 기회에 북경에 가서 해당화라는 북한 식당에서 가자미식해를 먹어 봤는데 정말 맛있던 기억이 납니다. 매콤하면서도 싸하고 시원한 맛…


그 맛을 재현하고 싶었습니다. 해서 엿기름을 넣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물엿을 약간~~


결국 원래의 함경도산 가자미식해 맛을 아시는 분들에게 물어물어 레시피를 구했고, 용감하게 있는 그대로 따라 해 봤습니다.  결과는 우연하게도 대성공, 완전히 소 뒷발에 쥐잡았습니다.



제가 찍은 물뚝표 가자미식해입니다.


올 가을에는 가자미를 좀 더 대량으로 구해서 담아 봤으면 좋겠습니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urutu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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