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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11. 2017

지지자, 당직자, 평론가

한 정당, 혹은 정파의 지지자라면 유권자들을 의미한다. 정당의 운영에 직접 개입하거나 하지 않고, 실무 처리에는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대해 얼마든지 우호적인 발언을 해도 된다. 그럴 자격이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발언으로 현실을 왜곡한다거나 하는 것은 비난당할 일이기도 하다. 이건 정치와 관계없는 현실적 예의이다. 


당직자는 정당에 고용되어 돈을 받고 실무를 수행하는 직업인들이다. 이들은 비록 개인적이라 해도 자신이 속한 정당에 대한 의견을 표출하는 것에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는 두 가지 이유로 설명이 가능한데 하나는 당직자로서 정치적 의견의 표출은 당의 공식 창구를 통하는 것이 맞다는 점이 있고, 또 하나는 당직자가 아무리 자신이 속한 당을 칭찬해봐야 돈 받는 위치니까 그렇다는 불필요한 오해를 살 뿐이기 때문이라는 점이다. 금지될 일은 아니지만, 권장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로 당직자가 업무 과정에서 습득한 정보는 아무리 미담이라 하더라도 개별적으로 유출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정당에서는 보안상의 이유나, 홍보 기술 적인 측면에서도 그런 정보 유출은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아주 기본적인 논리이다. 현대적인 조직 체계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당직자가 직을 그만두고 평당원, 지지자로 돌아갔을 때에는 어떨까? 과거 당직 시절에 얻은 정보를 근거로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따라서 당직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가급적 그런 내용을 발설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정당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한다. 당직자의 발언에 대해서는 현직인 경우에는 정당이 통제하는 것이 맞다.


정치 평론가라면 어떨까? 여러 정파에 대한 평가, 다양한 사실들에 대한 공정한 해설, 그리고 각 정파의 잘한 점에 대한 칭송과 못한 점에 대한 비판을 두루 해내야 하는 정치 평론가라면, 가급적 자신이 어떤 정파에 속하는지,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는지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 공정성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


또한 자신이 특정 정파에 속하거나, 심지어 그 정파를 위한 실무작업에 참여하고 돈을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정상적이고 공개적인 강연 등을 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비공개적인 돈거래가 있다면, 그리고 그런 사실이 공개되었다면 그 평론가의 논평을 신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자, 이거 아주 기본적인 일이다.


지지자는 지지자로서 할 수 있는 얘기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구분해야 한다. 당직자 역시 자신의 역할에 맞는 발언을 이어가야 한다. 과거와 달리 한 명의 개인이라 해도 사회적인 발언을 할 수 있는 SNS 같은 창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더 신중하게 발언을 골라야 한다.


술자리 사담이 아니고 작게는 몇백 명에서부터 갑자기 몇십만 명이 들을 수도 있는 SNS에서의 발언은 그래서 더욱더 조심해야 한다. 거기다가, 미디어에 출연하여 정치적 견해를 밝히는 일은 더욱더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요즘 가끔 보면 미디어 콘텐츠에 출연하여 정치 평론을 하는 사람이 자신의 당직 경험을 숨기지 않고, 지지자들이나 할만한 감성적 예찬론이나, 무조건적인 옹호, 감정적 비난 등의 언사를 늘어놓고 있는 꼴을 보게 된다. 정말로 한심하고 가련한 일이다. 스스로 부끄러운 줄 알고 멈추길 바란다.


반대로 특정 정파에 유리하게 왜곡된 발언을 쏟아내다가 직접 그 정파에 뛰어드는 경우도 보게 된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가? 평론이라는 일을 취업 전 스펙 쌓기의 일종으로 본다는 말인가?


그런 걸 거르지 않고 대중에게 내보내는 제작자들도 한심하지만, 그런 발언을 하면서도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깨닫지 못하는 자들은 더욱 우스워 보인다. 바보 같아 보이니까 그런 짓좀 하지 마시라.


차라리 나는 그냥 누구누구를 지지하는 유권자로서 말을 하는 겁니다,라고 밝히고 얘길 하거나, 내가 이렇게 아부를 했으니 저 좀 뽑아 주세요,라고 말을 하시라. 차라리 솔직해 보이기라도 한다.  


그런 작은 잘못들이 누적되어 오면서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는 "아무도 자신의 역할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사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게 뭐 박근혜 하나가 잘못해서 그렇게 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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