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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11. 2017

전여옥 씨 유감

박근혜 탄핵 사태로 보기 드물게 혜택을 본 사람은 전여옥 씨인 걸로 보인다. 완전히 잊혀졌다가 다시 대중의 기억에 떠오르고, 방송에 고정 출연 자리까지 확보했으니 다시 살아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적인 입장의 차이 말고.. 


남의 글을 베껴서 자신의 책으로 냈던 과오는 잊어주면 안 되는 일 아닌가? 전여옥 씨의 표절은 작가 유재순 씨의 일생을 망가트리다시피 했던 범죄행위이며, 대법원은 이에 대해 표절이 확실하다고 판결을 내리기까지 했다.


그 뒤로 전여옥 씨와 유재순 작가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까지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전여옥 씨는 르포작가 유재순 씨의 글을 상당수 무단 도용해서 자신의 책, 자신을 유명하게 만들어 준 그 책 "일본은 없다"를 쓴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제, 전여옥 씨는 작가 혹은 이 사회의 일반 대중에게 어떤 의견을 말할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남의 의견을 베껴 자신의 책 인양 써내고, 그 책이 많이 팔리면서 유명세를 얻은 가짜 인생이니 말이다.


난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고질적인 문제들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 중에 가장 큰 것이 바로 "대중의 손쉬운 망각"이라고 믿는다. 어느 한순간 정의의 사도라도 된 것처럼 거센 분노가 타오르다가 어느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잊어버리고, 어제의 악당에게 비난과 경멸 대신 환호와 찬사를 보낸다.


이래선 안된다. 중요한 범죄는 잊으면 안 된다는 얘기다. 자꾸 잊어주는 것, 그것이 바로 부당한 용서가 되는 법이다.


물론 사법체계에 의한 처벌을 받은 문제를 가지고 또 사회적 처벌을 할 필요까지는 없다. 그건 사적 처벌을 금지하는 현대적인 사법체계의 정신에도 위배된다. 그러나, 저 사람이 어떤 죄를 지어서 어떤 처벌을 받은 사람인지 기억해줄 필요는 있고, 진솔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했는지를 확인해 봐야 되고, 그런 깔끔한 정리가 이루어지기 전에는 그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다시 말한다.


너무 쉽게 잊어 주는 것, 그것은 또 다른 범죄 행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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