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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성호 Jan 06. 2017

홍탁삼합 비난


 

홍탁삼합은 홍어를 기반으로 하는 음식의 명칭이다. 그 유래는, 앞부분의 홍탁이라는 것은 홍어와 탁주를 의미하고, 뒷부분의 삼합은 홍어, 돼지고기, 김치의 세 가지를 의미한다고 한다.


먼저 밝히자면 나는 삭힌 홍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쫓아가서 먹을 정도로 좋아하는 편인데, 그 삭힌 홍어에 대한 얘기는 너무 유명한 관계로 길게 늘어놓지는 않겠다. 하지만 코를 탁 쏘는 암모니아 향이 풍기는 삭힌 홍어회, 홍어찜, 홍어탕, 그리고 잔칫집 상에 빠질 수 없는 빨갛게 무친 홍어무침의 맛은 우리 전통음식 중 최강의 자리에 놓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 무엇이라고 할 수 있다는 얘기는 꼭 해두고 넘어가기로 하자.


그러나 문제는 이 홍탁삼합이다.


홍어회, 혹은 홍어 사시미보다 이 홍탁삼합이라는 말이 더 유명한 것도 불만이다. 사실, 홍어 전문가(라고 해 봐야 홍어집 사장님들이겠지만)들의 주장에 의하면 홍탁삼합은 홍어 삭히는 기술의 원산지 나주에서 주로 홍어를 잘 먹지 못하는 외지인들을 위해 만들어낸 음식이라고 한다.


삭힌 홍어의 강렬한 맛을 삶은 돼지고기, 즉 돼지고기 수육과 함께 푹 익은 묵은지를 찢어 싸 먹음으로써 어느 정도 순화시켜서 삭힌 홍어의 맛에 익숙하지 못한 홍어 초심자들이 먹기 쉽게 만든 것이 기원이라는 얘기이다. 거기다가 양질의 흑산도 홍어의 가격을 생각한다면, 그 비싼 홍어회로 배를 채울 만큼의 양을 주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를 추가하고 거기에 쌈 싸 먹을 김치까지 덧붙임으로써 가격 대비 양을 늘리려는 꼼수도 섞여 있었다고 추정된다.


거기다가 나는 홍어에 막걸리를 함께 먹는 것도 불만이다. 홍어에 포함되어 있는 암모니아가 막걸리에 있는 무슨 효소와 반응해서 쏘는 맛을 중화시켜 달고 고소한 맛으로 변화시키기는 개뿔, 홍어를 먹는 이유가 코가 뻥 뚫릴 정도로 탁 쏘는 맛을 즐기려고 먹는 건데 그걸 왜 중화시키냐는 말이다. 돈 아깝게스리.. 그럴 바에야 안 삭힌 홍어를 먹지 뭐하러 힘들게 삭힌 홍어를 먹으면서 그걸 또 중화시키고 그러는가!


한 마디로 말해서 노력의 낭비다.


그러니까 홍탁삼합, 홍탁도 낭비고 삼합도 낭비다. 모름지기 홍어를 즐기려면, 애피타이저로 살짝 얼린 홍어애(홍어의 간)를 참기름에 찍어 먹고, 메인 디쉬로 푹 삭힌 순수한 홍어회를 꽃소금(고춧가루를 섞은 소금)에 찍어서만 먹어야 하며, 디저트로 입천장 까질 정도로 암모니아를 내뿜는 홍어찜을 먹으면 된다. 반찬으로는 빨간 홍어무침과 홍어튀김 정도를 먹어주면 좋다. 그리고 술은 무조건 소주가 옳다. 홍어의 탁 쏘는 맛을 강화시켜 주는 맑은 소주만이 홍어와 함께 할 자격이 있는 주류이며, 그 톡 쏘는 맛을 중화시켜 없애버리는 막걸리는 절대 사절이다.


그리고 홍어탕은 숙취에 찌들어 의주로 도망가는 선조의 얼굴을 하게 되는 날 아침에 한 방에 숙취를 날려 버리는 마법의 해장국 용도로 섭취하는 것이 옳다. 홍어탕의 효능을 능가하는 해장국은 오로지 복어맑은탕 밖에 없다는 것이 술꾼들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이없게도 홍탁삼합 같은 사파의 음식이 홍어 요리의 대표자 격으로 부상하게 되고, 모르는 사람들조차 홍어라면 홍탁삼합이지~ 뭐 이런 헛소리를 나누게 되는 현실은 나를 슬프게 한다.


이건 진짜 모르는 소리다. 홍탁삼합은 홍어 요리 패밀리에서 제명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삶은 돼지고기가 먹고 싶으면 원할머니 보쌈집 같은 곳을 찾아가서 먹을 일이고, 묵은지가 먹고 싶으면 김치찌개나 끓여서 먹는 것이 옳다. 왜 그 비천한 음식들을 그렇게 고귀한 홍어와 함께 쌈 싸 먹고 있는가 말이다. 이것은 마치 나라 경제 쌈 싸 먹은 이명박이나 할 짓이며, 도대체 뭔지 모를 창조경제와 유사한 창조 식단의 한 종류가 아닌가 말이다.


따라서, 앞으로 내 앞에서 홍탁삼합을 운운하는 자들은 홍어 무림의 사파로 규정짓고, 구파일방 모든 정파의 힘을 모아 처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바이다.


지금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한 줄기 홍어 향이 코앞을 스치운다.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murutuk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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