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영 23
2018년 가을, 후배의 SNS에서 자신이 다니는 수영장에서 아마추어 수영 대회가 열렸다는 내용을 보았다. 후배에게 나중에 같이 수영 대회에 참가하는 건 어떠냐고 물어보았다. 후배는 책을 만드는 편집자인데, 직업병으로 목과 어깨가 아파서 수영을 시작했고, 어떻게든 최대한 평일과 주말에도 꾸준히 수영을 하려고 했다. 수영을 하고 나서 몸의 아픔이 덜해지는 것 같았다.
수영을 한 지 4년 차에 이르렀기에 아마추어 수영 대회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 참가를 목표로 하면 수영 실력이 좀 더 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수영을 시작할 때 다이빙 스타트를 잘하지 못해 걱정하자, 물속에서 출발하는 사람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스타트를 핑계로 수영 대회를 출전하기 싫은 이유를 찾는 게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스타트가 정 안 되면 물속에서 출발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수영을 4년 정도 하면 웬만큼 수영을 할 수 있게 되고, 조금은 수영이 지겨워서 다른 운동으로 갈아타는 경우가 많았다. 헬스나 필라테스, 요가, 자전거, 달리기 등등. 그러하기에 수영을 계속하는 계기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의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는 성훈처럼, 아마추어 수영 대회 자유형 50미터를 참가에 의의를 두고, 기록을 남기는 것이 2019년의 목표였다.
사실은 철인 3종 경기에 도전하고 싶었다. 우선, 자전거는 괜찮을 것 같았다. 일정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연습하면 될 것 같았다. 어렸을 때 친구들이 롤러스케이트를 탈 때 나는 자전거를 배웠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롤러스케이트도 그냥 스케이트도 잘 타지 못한다. 유연성이 부족하고 뻣뻣해서인지 중심을 잡는 것이 어려워 꽝꽝 넘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넘어지는 것도 무서워해서 더더욱 배우기 어려웠다.
마라톤은 허리디스크 때문에 어렵겠지만, 3년 정도 하루에 만 보 이상씩은 걸었기 때문에 정말 힘들면 걸어서라도 끝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철인 3종 대회도 참가에 이의를 두고 해볼까 했다. 수영도 4년 했으니 무리는 없을 것 같았으나, 철인 3종 경기의 수영이 수영장에서 하지 않는 게 문제였다.
철인 3종 경기의 수영은 호숫가나 강에서 한다. 호숫가나 강은 수영장 물처럼 소독되어 있는 게 아니라 온갖 것들이 뒤섞여 있다. 더러운 물에서 숨을 쉬며 경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포기했다. 생각해보니 <나 혼자 산다>에서도 한강에서 수영을 했다. ㅜㅜ 바닷물도 짜서 바닷가에서는 얼굴을 넣지 않고 수영하거나 물놀이를 하는 나인데... 철인 3종 경기의 수영은 기록을 위한 것이니 무조건 뛰어 들어서 열심히 팔과 다리를 움직여야 하는데, 호흡할 생각을 하니 더러운 물 때문에 망설여졌다.
철인 3종 대신 아마추어 수영 대회에 참가해, 자유형 50미터를 1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록을 남긴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의 기록들을 남기고, 매해 조금씩 기록을 단축하는 것도 좋을 듯했다. 한 사람이 2 종목까지 참가가 가능하다고 해서, 자유형과 접영을 해볼 계획이다. 접영도 빠르지는 않지만, 그나마 조금 편한 영법은 접영이니까.
수영 대회에 같이 나가자고 한 후배는 자유형 50미터 경기할 때 기록이 1분이 넘어도 된다고 했다. 기록으로 따져서 1~5등까지 상을 준다고. 하지만, 상은 바라지도 않는다. 꼴찌라도 1분 안에 들어오는 것을 목표로 할 예정이다. 1분이 넘으면, 수영장에 내가 팔 젓는 소리만 가득 울린다며, 그 소리를 견디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상상해보니 진땀이. 무조건 1분 안에 들어오는 연습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50미터 풀에 원정 수영을 가고 싶고, 가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잘 되지 않는 배영과 평영도 어떻게든 열심히 해볼 예정이다. 수영 센터엔 또 새로운 선생님이 오셨고, 다시 물 잡기와 발차기를 기본부터 다시 배우고 있다. 기본이 제일 중요하다. 기본기를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이름도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선생님들이 아주 가끔 원망스럽다. 수영을 시작할 땐 이렇게 오래 하게 될 줄은, 이렇게 수영을 좋아하고 꾸준히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맨 처음에는 음파도 제대로 못했고, 숨소리가 너무 크다고 지적받았으며, 4년 차인 지금도 모든 영법이 어렵다. 열심히 하다 보면 나아질까? 한 번 잡힌 자세들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바꿀 수 없다. 선생님들은 수영 선수가 될 게 아니고 수영 대회에 나갈 게 아니니, 힘들게 수영을 시키지도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서 수영을 하는 거라서, 선생님조차 아프면 무리해서 수영하지 말라고 한다.
수영을 하다 보면 욕심이 생긴다. 조금만 더 잘하면 물 잡기도 하고 물타기도 되고 좀 더 편하게 나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선생님이나 수영 친구들이 지적해주는 1~2가지만 고치면 영법이 더 나아지겠지 하며 욕심을 내다가 수영이 후퇴할 때가 있다. 지적한 것을 고쳤다고 좋아하는 것도 잠시 다시 고쳐야 할 다른 부분이 생긴다. ㅜㅜ 어떤 영법이든 1~2바퀴 돌 때는 수영 속도의 차이가 없지만, 4바퀴 이상을 같은 영법으로 하다 보면 힘들다고 느낄 때부터 팔도, 발도 자기 멋대로다. 힘이 들어가니까 더욱 나가지 않고 ‘어푸어푸’ 한다.
수영을 하면서 수영 일지를 적고 있다. 몸무게와 함께. 블랙 저널을 한번 해볼 생각이다. 애플 워치도 사고 싶다. 한때는 수영하는 시간에 아이에게 연락이 올까 봐 불안한 마음에 사려고 했던 적도 있었다. 수영하는 1시간 안에 무슨 큰일이 생길까 싶지만, 불안감도 줄지 않았기에. 그 사이에 애플 워치를 장만했다.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얼마 쓰지도 못해 수영을 멈췄고, 2년 만에 다시 수영하면서 기록하고 있다. 애플 워치 덕분에 코로나 시기에도 꾸준히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애플 워치는 운동 시계! 지금은 수영뿐 아니라 달리기 기록 측정을 하면서 잘 쓰고 있다.
2020년 2월에 열리는 아마추어 수영 대회에 참가 신청을 했다. 어떤 종목을 할지 정하고, 토요일에 할지 일요일에 할지 살펴보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참가비를 입금하고, 사은품도 체크했다. 이제 대회를 위해 열심히 달리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참가하려던 대회가 2020년 여름으로 미루어졌고, 결국은 취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