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영 5
초급반 회원이 두 번의 수업만 듣고 그 주에 자유 수영을 가는 건 아니었다. 가서는 안 되는 거였다. ㅜㅜ
자유 수영이 내가 생각하는 자유롭게 수영하는 것이 아님을 수영장에 갈 때는 몰랐다. 토요일에 하는 자유 수영은 오전 6-8시, 9-11시, 오후 3-5시 이렇게 세 타임으로 운영되었다. 화목토 반 회원이라면 토요일에는 수업과 상관없이 자신이 가능한 타임에 수영을 할 수 있었다. 수업을 하는 시간에 맞춰 9시 타임으로 자유 수영을 들어갔다. 정해져 있는 2시간 내내 수영을 하는 건 꿈도 안 꿨다.
매시간 50분부터 정시까지 10분은 무조건 쉬는 시간으로 정해져 있었다. 2명의 구조대 선생님이 수영하는 사람들을 지켜보고 있었고, 10분의 쉬는 타임에는 레인을 오가며 수영을 하는 것 자체가 금지였다. 쉬는 시간에 맞춰 수영을 끝내고 씻으러 나가는 사람도 있었고, 물속에서 발차기 연습과 턴 연습을 하거나 잠시 나가서 물을 마시고 돌아오는 회원들도 보였다.
두 번의 수업만 받은 내가 자유 수영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자유 수영 시간에는 킥판을 쓸 수 없었다. 킥판은 수업 시간에만 쓸 수 있다는 것을 그땐 몰랐다. 아무 정보도 없이 '자유 수영'이라는 단어를, 그냥 자유롭게 수영하는 거라는 생각에 간 것이 문제였다. 킥판 잡고 자유형 발차기 연습해봐야지, 하고 간 거였는데...
자유 수영도 레인이 나눠져 있었다. 맨 끝인 4 레인은 아이들의 소수 정예 수업반이었다. 아이들은 헬퍼를 하거나 킥판을 갖고 수업을 하는 중이었다. 1 레인은 초급반, 2 레인은 상급반, 3 레인은 마스터즈반 회원들인 듯했다. 심지어 3 레인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은 쉬지 않고 레인을 계속 돌고 있었다(오 마이 갓!!!). 1 레인의 초급반도 나처럼 완전 초보는 없고 기본적으로 발차기와 자유형을 배우고 연습하러 온 사람들이었다. 한쪽 구석에서 음파를 하기도 킥판 없이 자유형 발차기를 연습하는 것도 다 어려웠다. 최대한 수영하는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50분 동안 음파를 하면서 눈치 보면서 걸어 다니거나(초급 레인에도 나처럼 걸어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ㅜㅜ) 킥판 없이 자유형 발차기를 몇 번 하다가 흐지부지 수영장을 나왔다.
맨 첫날의 자유 수영은 그렇게 지나갔다. 그다음 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수업을 받고 토요일이 돌아왔고, 매주 토요일에는 빠지지 않고 자유 수영을 갔다. 어설프지만 가서 그 주 수업 시간에 배운 것들을 연습했다. 그렇게 빠지지 않고 토요일 오전이면 자유 수영을 갔고, 초급반에서 조금씩 다음 진도의 수영을 배웠다.
자유 수영하는 토요일에는 준비체조가 따로 없기에 물에 들어가기 전에 팔과 어깨와 목을 풀어주곤 한다. 자유 수영을 할 때 나만의 준비체조는 초급반 1 레인에 들어가 물속에서 천천히 1-2바퀴를 걷는 것이다. 준비체조를 제대로 안 하고 바로 수영하다가 몸에 무리가 갔던 경험 때문이다. 준비체조가 무척 중요하다는 것을 그때 다시 깨달았다. 몸의 긴장을 풀고 어느 정도 워밍업을 해준 후에 수영하는 것의 중요함을.
토요일의 자유 수영은 2시간을 할 수 있다고 욕심을 부리면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중간에 10분씩 쉬는 시간이 있는 것은, 자신의 체력을 믿고 쉬지 않고 2시간 내내 수영을 하려는 사람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1시간 이상 수영을 지속하지 마세요'라는 주의사항 푯말이 크게 붙어 있어도, 상관하지 않고 푯말을 보지 못했다는 사람들이 많다.
자유 수영을 9시 30분쯤에 들어가서 20분쯤 수영을 하고 50분이 되면 쉬었다. 10분 쉬는 시간에는 턴을 연습하거나 잘 안 되는 발차기를 연습했다. 나중에는 사이드 턴(오픈 턴이라고도 함. 한 손이 풀의 벽에 닿으면 몸을 돌려 발을 벽에 붙였다가 차 내면서 원래의 자세로 돌아가는 턴)이나 플립턴(물속에서 앞으로 공중제비 돌듯이 돌며 벽면을 발로 차고 나가는 턴, 선수들이 시합을 할 때 하는 턴)을 해보곤 했다.
그러다 정시에 수영을 시작하면 30분 정도 수영을 한 후에 샤워장으로 나온다. 많이 하겠다고 더 할 수 있겠다고 욕심을 부리며 수영을 한 날에는 꼭 허리가 아팠기에 적당한 운동이 필요했다. 30분이 지나서 나가면 40분부터는 아쿠아 수업을 하는 회원들이 샤워장으로 우르르 들어오면서 또다시 그곳은 도떼기시장이 되고 편하게 씻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수영 영법 4가지를 다 배운 후에는 자유 수영을 하는 50분 동안 영법당 5바퀴씩 20바퀴를 돌았다(하나의 영법이 끝나면 잠깐 쉬고). 수영한 지 4년 차에는 영법당 6-7바퀴씩 25바퀴~28바퀴 정도를 돌았다. 자유 수영을 할 때는 목표를 정해서 하려고 노력한다. 그러지 않으면 수영장에서 알게 된 사람들과 인사하고 몇 마디 수다를 떨다 보면 막상 내가 목표한 수영을 계획대로 하고 오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토요일에 자유 수영을 가면 3 레인에서 자유형만 10바퀴, 20바퀴를 쉬지 않고 연속해서 운동하는 분들이 있다(역시 마스터즈반 회원들). 지구력 최고. 존경의 마음 가득, 부러움의 탄식(속으로) 100번. 턴을 할 때도 쉬지 않고 사이드 턴(플립턴은 경기에서만 하는 턴이라 자유수영 시간에는 금지. 플립턴을 하다가 뒷사람과 부딪치면서 다칠 수 있기에)으로 수영을 계속하는 분들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나는 언제쯤 저렇게 쉬지 않고 자유형 20바퀴를 돌 수 있을까? 얼마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가능하긴 할까? 궁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