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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Aug 18. 2021

물속을 천천히 걷기

어쨌든, 수영 4

수업 첫날, 수영장 물속에서 천천히 걸어 다녔다.


맨 처음 선생님은 물이 그렇게 무서운 것이 아님을 알려준다. 키가 작아서, 숨쉬기가 어려워서, 물이 무서워서, 그것들을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시작했다가 그만두는 사람들이 있었다. 물속에 얼굴을 넣는 것부터가 시작이었다. 처음에는 두려운 마음에 머리 전체를 물에 푹 담그기보다는 눈과 코와 입을 먼저 넣는 연습부터 한다. 초급반 회원들은 눈과 코와 입에 물이 들어가는 것이 싫어서 물속에 담그기를 싫어했다. 수영을 배우려고 오는 사람들 중에는 물을 무서워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물속에 얼굴을 푹 집어넣는 것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얼굴을 물속에 넣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먼저 생겨야 한다. 물에 적응하는 방법을 첫 시간에 배운다. 레인의 시작인 1.2미터 깊이의 지점에서 점점 깊어지는 1.5미터 끝까지 25미터(내가 다닌 수영장은 25미터 풀장이었다) 레인을 몇 바퀴씩 천천히 걸어 다니며 얼굴을 물속에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한다. 그 후에는 코로 숨 내쉬기를 배운다.


물속에 얼굴을 넣고는 입을 다물고 음을 한다. 음을 하면 코로 소리가 나온다. 음 하고 나와서 입으로 파. 파 하며 숨을 내뱉었다가 다시 들이마신다. 이것을 반복. 일명 ‘음파 음파’라 부른다. 그다음은 '킥판(상체를 고정하고 하체 근력 강화와 발차기 훈련을 도와주는 기구)'을 가지고 움직인다. 양팔로 킥판을 꽉 잡고 걸어서 레인 끝까지 갔다 오면서 머리를 담그고 음파를 반복한다. 음파가 되면 수영장 끝에 있는 벽을 양손으로 잡고 고개를 숙이고 힘을 빼서 몸 전체를 띄운다. 선생님은 집에서 대야나 세면대에 물을 받고 음파를 꾸준히 연습해보라고 했지만, 수영장과 달라서인지 막상 해보니 집에서는 음파를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다.


킥판은 수영장 한쪽 물품 보관 수납함에 '풀 부이(일명 땅콩, 다리가 물 밑으로 떨어지는 것을 부력으로 도와주는 용품)'와 아이들이 수영 수업할 때 쓰는 '헬퍼(버클을 허리에 매서 중심을 띄워주는 기구)'와 같이 정리되어 쌓여 있다.


첫 시간에 선생님은 뜬금없이 가장 나이 어린 사람을 찾았다(어딜 가나 나이와 상관없이 지낼 수 없는 이 한국문화 --;;). 가장 어린 두 사람에게 반장과 부반장이라는 직책을 맡겼다. 알고 보니 반장과 부반장의 할 일은 수업 시작 전에 물품 보관함에서 킥판을 챙겨 회원 수에 맞게 레인의 시작점에 갖다 놓는 거였다(허걱). 나중에는 회원들의 친목 도모(?)를 위한 연락책 역할을 해야 한다고도 했다. 초급반으로 시작한 회원들은 상급, 마스터즈반까지 함께 가는 경우가 많으니 친하게 지내면서 수영을 하면 좋을 거라고 했다. 과연 마스터즈반까지 누가 갈 수 있을 것인가? 음파를 시작하는 그때는 너무 먼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파를 한 후 킥판을 잡고 머리를 물속에 넣고 온몸을 띄우는 연습을 한다. 그다음에는 레인 밖에 주르르 1미터씩 띄어 앉는다.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물 쪽으로 다리를 펴서 자유형 발차기 연습을 한다. 그다음엔 레인에서 킥판을 양손으로 잡고 자유형 발차기를 배운다.


두 번째 수영 수업은 음파를 하면서 킥판을 잡고서 발차기를 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거였다. 발차기를 잘하지 못하면 절대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 온몸에 힘을 빼고 킥판을 앞으로 쭉 밀고 머리를 물속에 넣고는 발차기를 한다. 무릎은 살짝 굽히고(?) 허벅지의 근육을 이용해 앞뒤로 발을 찬다. 이게 말로 설명하면 쉽지만, 내  발이 제대로 발차기를 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킥판을 잡은 손 사이로 머리를 꺼내 숨을 쉬고 다시 음하면서 머리를 물속에 집어넣고 발차기를 열심히 한 다음에 파를 하면서 올라와서 숨을 다시 들이마시고 음을 하며 머리를 물속에 담그고 발차기를 한다. 반복. 


발차기를 배울 때에는 온몸에 힘을 엄청 주면서 발을 차서 금세 지쳤다. 내 발은 발차기만 하면 가라앉았다. 숨이 차서 레인 중간에서 벌떡 서 버린다. 내 발이 내 발이 아니었다. 허벅지에 살만 많고 근육이 없어 어떻게 차야 하는지도 그땐 잘 몰랐다(지금도 정확히 내 허벅지가 발차기 동작을 알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ㅠㅠ). 몸에 힘을 주면 어떤 영법으로든 수영을 계속할 수가 없다. 일정 기간 수영을 배우면 몸의 힘을 빼고 거의 발을 차지 않으면서 자유형 손의 동작만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몸에 힘을 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수영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힘 빼기의 기술 대신 힘주기도 있다는 사실을 수영을 배우면서 깨닫게 되었다. 힘을 주면 절대 멀리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힘을 주기였다. 힘 빼기는 너무 어려웠다. 화요일과 목요일에 2번의 수업을 하고 토요일에 자유수영을 갔다. 음파와 발차기 연습을 하러 수영장으로 출발했다.




수영사랑 킥판(쇼핑몰 사이트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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